700명의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이다.

옛 중국 진(秦)나라 이세황제 때 조고라는 환관 출신의 권력자가 있었다. 그는 승상 이사를 죽이고, 대신과 장군까지도 무참하게 죽이더니 결국에는 황제를 밀어낼 음모를 꾸몄다. 그는 신하들 중에서 자기편이 몇 명이나 되는지 시험해 보기도 하고는 방법을 궁리하던 중

어느날 이세황제에게 사슴 한 마리를 바치면서 말했다.

“말을 바치옵니다.”

그러자 황제는 웃으면서 말했다.

“승상은 괴이한 소리를 하는군. 사슴을 말이라고 하다니, 이게 대체 사슴이오? 말이오?”

그리고는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조고의 위세를 두려워하고 있던 신하들은 잠자코 있는가 하면, 말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물론 사슴이라고 직언하는 자도 있었다. 이에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자들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가, 죄를 뒤집어 씌워 죽여 버렸다. 이 일이 있은 이후로 조고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 무렵 반란군이 들끓기 시작하고 혼란한 와중에 결국 조고는 이세황제를 죽이고 부소(夫蘇)의 아들 자영을 진왕(秦王)으로 삼았지만 자신도 자영에게 피살되어 비참하게 운명을 마감했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며 위압적으로 억지를 쓸 때 하는 말로 사회 곳곳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에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힌게 아닌가 한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다시 쓸모없는 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