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 영 규

해가 바뀐 지 어느새 십여 일이 지나 버렸다. 새해 첫날부터는 담배를 끊고 술을 줄여야지~ 하고 야심차게 결단을 해보지만 작심삼일로 흐지부지~ 습관적으로 오랫동안 해오던 행동을 멈추고 나쁜 버릇을 고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술이나 담배, 음식, 명품 등이 주는 만족과 즐거움이 참으려 하는 의지보다 강하게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스스로 이겨내는 힘, 즉 절제의 의지가 필요한 시기이다.

우리는 진정 의지가 약한 패배자에 가까운 인간인가? 절제하지 못하는데에는 진화론적, 생물학, 유전학, 심리학적인 수많은 요인이 있다고 학자들은 주장하지만 무절제한 습관을 멈출 수 없는 건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능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자신이 소유한 물건이 자신의 지위를 높인다고 판단, 그 대상을 동물가죽으로 만든 옷이나 양탄자, 도자기 그리고 땅, 집, 자동차, 가방과 구두, 귀금속 등 사치품으로까지 이어져 왔다. 이와 같은 현상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데, 사냥하던 남자와 달리 여성은 채집을 주로 했기 때문에 들과 산에 흩어져 있던 것들을 주워 담아 관찰하던 본능이 남아서라고 한다. 구매와 소유욕은 합리적 이성적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쾌락과도 연관되어 있어서, 즐거운 유희활동의 하나라고 판단되기도 한다. 즉 쾌락과 만족을 기대하게 하고 구매 후에 고통과 후회를 느낀다고 하더라도 당장의 만족감이 크기 때문에 소유하는 행위 자체에 집착하는 것이다.

예부터 사람들은 집단을 만들고, 말 많은 사람이 그 집단을 이끌어 왔다. 말이 많고 자기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는 사람들이 리더로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말을 많이 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와 같은 습성은 현대에도 마찬가지여서 말 많은 사람들은 더 많은 지배권을 가지고 시간을 많이 장악, 말을 많이 하고, 주장이 강하며, 대화에 대하여 더욱 긍정적인 태도를 가졌다. 그러나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모두 자존감이 높거나 통치 위치가 높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말을 많이 하다보면 말실수를 조절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스트레스가 하나의 요인이 된다고 하였다. 사회적 행동에 대한 판단력이 흐려지고 실언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을 하는 것도 절제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문화와 예술은 스스로를 드러내고 표현하기 위하여 안달한다. 사람들의 눈과 귀도 그쪽을 향하기 마련이다. 과연 모든 것을 내뱉다시피 악을 쓰고 과장되게 표현해야만 그 아름다움이 커질까? 돌이켜 심도 있게 생각해보자면, 가장 탁월하고 훌륭한 예술가들은 그 내공을 버리고, 아끼고 감춰왔다. 분노가 클수록 목소리를 낮추고, 슬픔이 클수록 눈물을 숨기고, 기쁨은 가능한 천천히 드러내며 절제의 아름다움을 유지하여 왔다.

100여 년 전에 세워진 독일 바이마르의 미술 건축학교, 바우하우스의 초대 교장 발터 그로피우스는 “건축물은 튼튼하고 값싸고 편리해야 하며 꾸밈새가 적고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러운 절제 속에서 인간의 깊은 마음을 건드리는 아름다움이 피어난다고 믿었다. 같은 시기에 프랑스 상류 여성들의 패션은 과일장식의 큰 모자에 온갖 귀금속으로 치장된 과장된 드레스가 일상복이었다. 샤넬이 이 허위를 뒤엎었으니 실용적인 샤넬라인의 스커트, 남성복을 개량한 바지정장, 선원의 옷을 개량, 절제의 디자인으로 여성들의 몸을 자유롭게 더욱 아름답게 했다.

절제의 마술, 원래 문화와 예술은 시대에 따라 유행의 변화는 있어왔다. 과잉의 강력한 표현, 강렬한 색채, 화려한 캐릭터, 복잡한 기능 등으로 떠들썩한 모든 순간에도 최소한의 본질에만 중점을 둔 절제의 스타일은 매 시대에 존재하여 왔다. 복잡 다양한 예술과 문화의 줄기 아래 단단한 뿌리로 자리잡은 절제와 단순함은 가장 영속적이고, 우리가 지향하는 여전히 유효한 절제의 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