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유 성 무

고속철도가 완전 개통되면서 익산에서 서울까지 1시간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세계 각국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교통혁명은 기존의 지리적 개념을 바꿨다. 어떤 지역은 과거에 누렸던 지리적 이점을 한 순간에 잃고 급속하게 쇠락했다. 반면에 어떤 지역은 전에 없던 위상을 얻어서 급속하게 성장했다. 교통수단의 속도는 물리적 공간의 효용가치를 바꾸면서 지역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미 고속철도 선진국에서는 시속 500km로 달릴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 기술은 익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시간을 불과 30~40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광주는 20분 만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말 그대로 반나절 생활권이 형성된다. 초고속열차는 지리적 인접지역이라는 개념을 희미하게 만든다. 권역은 거리가 아닌 소요시간으로 재편된다.

고속철도는 익산에게 분명히 커다란 기회를 제공한다. 익산의 지역개념이 국토 서쪽의 세로축 대부분으로 확대된다. 전라북도 관문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준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의 도시, 새만금 배후도시로서 익산의 가치는 고속철도에 의해서 커질 것임에 틀림없다. 다른 지역의 사람과 돈이 속도를 타고 익산으로 유입된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반면에 고속철도는 엄청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일본, 프랑스, 독일 등 고속철도 선진국 사례를 보면 고속철도로 부흥한 지역보다는 쇠락한 지역이 훨씬 많다. 당초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킬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별다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도시가 기존 대도시권역에 흡수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모든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도시로 중소도시의 사람과 돈이 빨려 들어갔다.

고속철도 정차지역이 특별한 매력이 없을 경우 속도의 과실은 정차역의 인접지역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많았다. 정차지역은 독자적인 향토색을 가진 인접지역으로 쉽게 가기 위해서 잠깐 거치는 들러리 역할만 할 뿐이다. 더욱이 정차지역을 축으로 하는 연계교통체계와 정차지역 내부의 대중교통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할 경우에는 들러리 역할도 못하게 된다. 편리함이 뒷받침 되지 못하는 속도는 강점이 아니라 약점으로 전락한다.

익산이 고속철도를 지렛대 삼아서 발전하려면 해결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다음 세 가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첫째, 익산시민들의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지역발전에 대한 믿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 없이 예산을 투입하면서 매력요소를 발굴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둘째, 기존의 역사문화자산을 재정립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콘텐츠를 창출하고, 이를 국가식품클러스터 및 기존 산업기반과 연계하여서 익산만이 갖는 새로운 매력요소로 승화시켜야 한다. 사람들이 와서 보고 느끼면서 기꺼이 돈을 쓸 수 있어야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셋째, 인근지역과 함께 고속철도의 이점을 공유하는데 익산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즉 익산의 속도와 인근지역의 매력적 요소를 통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서 윈-윈 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요즘 충남권에서 고속철도의 서대전역 정차를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를 저지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저지하는 방법이다. 서대전 정차를 할 경우 단순히 40분 이상 시간이 더 소요됨에 따라서 저속철도가 된다는 논리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서대전 정차를 할 경우 예상되는 지역균형발전의 저해 정도를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전북과 전남이 논리적인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특히 충남권의 정치적 역량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막연한 감정적 주장은 실효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기에 걱정이 된다.

이렇게 복잡하고 산적한 고속철도 관련 문제의 해결 가능여부는 결국 소통능력으로 귀결된다. 이 문제들은 소수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익산시민 나가서 인접지역이 지속적으로 힘을 모아야 해결할 수 있다. 어떻게 소통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느냐에 따라서 고속철도는 축복도 재앙도 될 수 있다.

모든 지역이 발전을 위해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 조금 뒤처지기 시작하면 역전의 전기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세상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실에서 지역이 발전하려면 기술의 속도보다 소통의 속도가 빨라야 한다. 소통 없는 지역에 뚫린 빠른 길은 지역의 빠른 쇠락을 가져올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한시 바삐 지역의 뜻을 통합하는 소통의 리더십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