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성장포럼 대표

김 성 중

‘거대억새 1호’, 처음에는 거창하게 시작됐다. 2013년 농촌의 새 수입원으로 촉망받았던 '거대억새 1호'는 공공연구기관에서 개발된 기술의 이전 사업화를 통해 발생하는 기술료 수입 중 가장 높은 1억 7,000만 원의 기술이전료를 기록했다. 2016년에 농촌진흥청은 거대억새를 활용한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기술이 상용화에 다가섰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옥수수나 사탕수수와 같은 식량계 작물을 원료로 한 기존 바이오에탄올 생산은 곡물 가격폭등 등의 부작용이 있었으나 거대억새를 이용한 발효당 생산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이를 극복했다는 것이었다.

우리 익산의 경우,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금강하구 용안지역에 2011년부터 55만 평의 전국 최대 규모로 거대억새 시범단지가 조성되었다. 이곳에서 재배된 억새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거대억새 1호’로 키가 4m까지 자라고, 줄기가 굵어 마른 줄기 수량이 1헥타당 30톤이 생산되는 바이오에너지용 우수 자원으로 평가되었다. 억새 줄기 일부는 바이오원유, 바이오에탄올, 연료 펠렛 등 에너지 생산 공정 연구와 친환경건축자재개발, 바이오 플라스틱 등에 쓰여 국가 녹색성장 산업의 핵심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였다. 이에 따라 익산시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4억 원을 투자해 용머리 권역에 거대억새 바이오매스 사업을 함께 추진하였다.

그런데 2017년, 익산 바이오매스단지가 에너지 사업으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즉, 농촌진흥청이 2010년부터 83억 원을 투입해 추진한 익산의 거대억새 바이오매스 생산단지에 대하여

첫째, 연간 약 2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예상하였으나 억새의 생산, 활용 등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및 바이오 에너지원으로 상용화한 사례가 없고

둘째, 거대억새가 포함되는 국내 바이오에탄올 산업은 생산기술 수준 및 경제성이 낮은 실정으로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거대억새 약 1,000톤 정도를 수확했으나 본래 수확 목적인 바이오 에너지원으로 활용한 실적이 없으며

셋째, 거대억새의 생산비용 및 바이오에탄올의 판매수익 등을 고려한 비용 편익분석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너무 서둘러서 일을 그르쳤다는 것이다. 그 후로 거대억새 자원화 사업은 쏙 들어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거대억새 자원화 사업을 추진한 정치인이나 관료들, 타당성 조사를 긍정적으로 꾸몄던 전문가들이 이러한 실패로 인하여 신분상에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당한 사람이 있었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승진 다 하고, 봉급도 꼬박꼬박 챙겼을 것이다. 엉터리 타당성 조사결과를 제출한 전문가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또 다른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공직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느껴야 하는 민감한 책임성은 사라지고 직업인이 아닌 직장인으로 존재하는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향후 과제로 남겨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주시의 경우 2013년부터 3년간 39억 원을 들여 13만 평 규모로 거대억새를 심었으나 완공 6개월 만에 청보리를 심는다는 이유로 갈아엎었다고 한다. 용안 생태공원 거대 갈대밭을 직접 걸어보니 그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광활한 면적에 두껍고 키가 훌쩍 넘은 갈대밭을 지나려니 공포감이 앞선다. 뽑아도 잘 뽑히지 않는 뿌리를 대하니 갯벌이 온전할까 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멀리서 본 아름다운 풍경과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최근에 농업기술원은 수박·딸기 재배 시 볏짚을 대체할 수 있는 토양개량제로 거대억새 사용기준을 제시했다. 앞으로는 볏짚이나 톱밥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과연 농가를 위한 대책인지, 아니면, 거대억새를 위한 대책인지 혼란이 앞선다. 또한, 익산시는 이곳에 109억 원을 들여 3만9,000여㎡ 부지에 공공 승마장을 짓는다고 한다. 이르면 다음 달 공사에 들어가 내년 말에 완공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여러 가지 시도들에 대하여 환영하면서도 너무 서두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거대억새 1호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