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웃고 살든 울고 살든, 본인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짜증내며 살든 즐겁게 살든, 그것은 나의 몫인 것이다. 불평하며 살든 감사하며 살든, 그것은 우리의 마음이며 웃고 감사하면서 살아가면 삶이 즐거워지고, 울고 짜증내면서 살다보면 인생이 괴로워 질것이니 ? 세상은 나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행복한 마음으로 살겠다고 하면 행운이 따를 것이고, 될 대로 되라고 짜증내며 살면, 불행이 다를 것이니 ? 이제는 행복한 마음으로 살겠다고 마음 굳게 먹고 즐겁게 하루하루 살다 보면 행운이 따라오지 않을까? 믿어본다.

지난 400여 일 동안의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부정적이고 안타까운 점이 대부분이지만 필자에게는 긍정적인 면도 있어 다행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것은 외출을 삼가고, 재난방지 수칙을 지키는 과정에, 모처럼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그리고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자화상을 완성하는 일이며, 후회와 반성을 더한 앞날의 내 모습을 스케치하는 일이었다. 동시에 전공이 같은 아내에게도 자신의 자화상을 제작토록 도움을 주는 일이다. 오랫동안 혈압약을 복용해왔던 아내는 지난해 8월 중 뇌졸중세로 시술 후, 회복 중이며 건강한 모습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화상 작업을 권장하려 하는 것이다.

자화상이란 자신이 자신의 모습이나 마음을 글로 쓰든, 그림으로 그리든, 예리하게 관찰하고 솔직하게 기록하는 형식이다.

17세기 초 이탈리아 로마 태생의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서양 최초의 여성 화가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 화가는 나혜석이다. 수원 출신인 그녀는 1910년대 일본 도쿄에 유학을 했고 서울에서 한국 여성 최초의 서양화 전시회를 여다. 1920년대에는 세계 예술의 수도라 불리는 파리에 체류하면서 스페인 국경 파리 풍경 등을 제작하였고 귀국 후 무희, 자화상 등 문제작을 남겼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와 나혜석의 공통점은 예술사에 자신의 이름을 처음으로 등재시킨 여성이라는 점과, 이런 시대의 여성들이 남성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이 사라진 상황에서 자신의 작품에 서명을 남긴 것은 목숨을 걸고 얻어낸 고귀한 결과였다. 따라서 그 과정이 순탄치 못한 삶을 살았을 거라는 예상을 할 수도 있다. 나혜석은 그림은 물론이고 소설과 시, 평론, 칼럼 등 글쓰기에도 능하여 21세기의 바람직한 인간 유형인 멀티프레이어였다. 또한 유교 사상이 강한 당시에 세 아이의 어머니로 아이의 이름에 부계, 모계의 성씨를 동시에 쓴 남녀 평등주의자였다는 것은 같은 미술인으로서 자랑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에 나혜석의 선구적 의식과 영역이 역동적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오로지 작가란 시대의 부침과 세월의 풍화작용을 거슬러 올라 예리하고 단단한 판단력이 빛을 내는 존재이기도 했었다.

코로나19 발생 직전, 그러니까 2019년 말, 나혜석의 출생지 수원의 행궁 옆에 수원 시립 미술관이 개관되고 개관 기념전으로 나혜석의 자화상 원작을 8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나, 글을 쓰는 작가나 작품의 가장 가까운 소재의 대상은 자신이다. 자신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림으로 글을 옮기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솔직하게 옮긴다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니 ? 누구나 잘 아는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평범하면서도 쉽지 않은 경고와도 일맥상통한 일이다.

평소 가까이 지내는 친구는 나에게 자기의 자화상을 그려달라고 말했다. 나는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그는 반복하여 재촉하길래 “자화상이란 자기가 자기의 낮짜닥을 그리는 것이 자화상이다” “나에게 부탁한다면 그것은 자화상이 아니라 초상화이다”라고 설명해 주었지만 완벽한 소통이 어렵고 불가능하다. 적반하장! 반대로 여러 장을 그려달라고 헛욕심을 부린다.

인간에게는 욕심이 있다. 그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7년여 전에 입적하신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삶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이 글자 그대로 “무소유의 삶”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다못해 옷 한 벌, 안경 하나, 신발, 먹을 것 등 개인 소유물을 일절 지니지 않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의 “무소유”란 절대 아무것도 지니지 않고 산다는 뜻이 아니라, 가급적 욕심 부리지 말고 필요한 어떤 것을 최소화하여 소박하게 생활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우리는 살면서 사심을 버리라고 곧잘 이야기하지만 생각해보면 사심을 버리라 함은 인간이기를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이 느껴진다. 인간의 욕심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숙명적인 인간 조건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간디의 욕심에 관한 이야기다. 간디의 삶과 희생에 대한 기자의 질문, “당신은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평생 남들을 위해서 자기희생적인 일생을 살아볼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자기희생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라는 게 간디의 답변이었다. 이어 간디는 자기가 남을 위해서 희생하였다고 보는 것은 전혀 오해라고도 했다. 겉으로는 어떻게 보이는지 모르지만 내 이웃이 인간다운 삶을 살고 내 조국이 독립해서 떳떳한 나라가 되어야 내 자신이 인간답게 살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비타협적으로 싸워왔을 뿐이며, 그런 점에서 나는 어디까지나 내 자신을 위해, 내 욕심을 위해, 싸워왔을 뿐이라는 게 간디의 설명이었다.

이 아름답고 화사한 봄날에 코로나19와 함께 우울하고 답답한 칙칙한 겨울옷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고, 써보자. “무욕”의 생각에서 정확하고 섬세하게 살피고 반성한다면 훌륭한 자화상이 탄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