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민 유 성 무 <순자(荀子)> 부국편(富國篇)에 “백성들이 때에 화합하여 풍년을 맞이하고 사업이 순서를 얻는 것은 재물의 원천이요. 세금을 차등을 두어 징수하고 창고에 채워두는 일은 재물의 흐름이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반드시 그 화락을 기르고, 그 흐름을 절제하고 그 근원을 열어서, 때에 맞게 짐작하여 천하로 하여금 반드시 여유가 있게 하고 자신의 부족을 근심하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개원절류(開源節流)라는 말이 유래됐다. 백성들이 생업을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개원이라면, 공정한 세정과 투명하고 효율적인 예산운용을 통해서 민생과 경제성장이 선순환 하도록 하는 것이 절류라는 것이다. 생산을 장려하고 지출을 조절하라는 개원절류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대부분이 제대로 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이를 위해서는 민생을 우선하는 위정자의 자세, 상황에 적합한 정책 시행능력, 공정하고 효율적인 재정 관리능력이 동시에 요구되며, 이 세 가지를 통합하고 조정할 수 있는 소통 시스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보면 극도로 혼란한 상태에서 개원절류를 통해서 부국강병을 이룬 군주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이 당나라 태종 이세민이다. 이세민은 아버지인 당나라 고조 이연을 도와 수나라를 멸하고 나라를 세운 후 태자였던 형 이건성과의 골육상쟁을 거쳐서 황제가 되었다. 대격동기의 중국은 혼란과 분열로 인구가 급감했고 민생은 피폐하기 짝이 없었다. 제위에 오른 이세민은 부국책으로 개원절류를 펼쳤다. 즉위 초기 그는 중앙정부의 고위관료는 물론 황실에 대한 특혜와 궁인들을 대폭 줄였고, 전쟁 대신 외교로 문제해결을 꾀했으며, 지방조직을 합병하고 세금도 줄였다. 동시에 각종 구휼제도를 실시하는 등 민생에 주력함으로써 사회안정과 경제성장을 짧은 기간 동안 이뤄냈다. 이세민은 어떻게 이를 이뤄냈을까? 그 중심에 소통의 리더십이 있었다. 이세민은 권력을 잡기 위해 아버지를 몰아내고 형과 아우를 죽인 냉혈한이었다. 그런 그가 소통의 달인이었음은 일견 이해하기 어렵다. 소통능력이 그의 타고난 기질인지, 아니면 안정을 이루지 못할 경우 왕권의 안녕을 기할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어록인 <정관정요(貞觀政要)>를 보면 쓴소리를 감내하고 수용하는 능력만큼은 가히 탁월했던 것 같다. 이민위본(以民爲本)을 대의명분으로 한 이세민에게 화합을 위한 소통은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그는 생사를 겨뤘던 정적까지 포용해서 중용할 정도의 도량을 보였다. 또한 재위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언로를 열었지만 때로 자신의 모든 부분을 간섭하는 신하들의 간언에 시달리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그가 가장 신뢰했지만 바른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위징을 죽여 버리고 싶다고 여러 번 말했을 정도였을까? 이세민은 자신의 잘못을 크게 질책하는 상소를 올린 신하를 처벌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상소는 원래 격렬해야 군주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조언을 위징으로부터 듣고 상소한 신하에게 상을 내렸다. 나가서 아예 간관(諫官)을 늘리고 어전회의에 참석하여서 직언하는 것을 제도화했다. 이런 이세민도 말년에 위징의 간언을 묵살하고 고구려와 전쟁을 하고 참패한 후 소통의 중요성을 망각한 자신의 우를 뼈저리게 한탄했다고 한다. 중국 역사의 황금기였던 ‘정관(貞觀)의 치(治)’는 소통의 산물이었다. 이세민이 열린 정치를 함으로써 당나라는 법과 제도에 의해 통치되는 사회로 빠르게 바뀌었다. 황족과 공신들에 대한 특혜가 줄고 그들의 지위를 빙자한 전횡이 견제됐다. 능력과 도덕성이 검증된 인재들이 중용되면서 최고위 관료들 중 빈한한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공직기강이 확립됐다. 소신 있는 관리가 일할 풍토가 만들어지면서 국가발전을 위한 정책들이 속속 시행됐다. 사회가 빠르게 안정되면서 백성들의 생활수준도 향상되고 인구도 증가했다. 자연히 세수가 증가하고 국가의 재정도 충실화됐다.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소통이 있었다. 어느 시대나 개원과 절류를 통한 부국안민(富國安民)에 대한 담론이 무성했다. 순자가 개원절류로 그 이치를 논했다면, 이세민은 소통을 통해 그를 실천하는 방법을 보여줬다. 드넓은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 적극적으로 소통해도 변화를 따라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하물며 제대로 소통하지 않으면서 개원과 절류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역사를 보면 소통부재의 시대에는 부정부패와 비효율, 혼란으로 인한 민초들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만 가득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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