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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할 게 없는 그들

하인애

매일 아침이면 나는 항상 FM 라디오를 습관처럼 틀어놓고 하루를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무척 좋아해서 내가 듣는 채널은 정해져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아침에 라디오를 듣다가 한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나오는 공익광고의 멘트를 듣게 되었다.

멘트의 내용인즉, 모든 분야의 어느 것 하나 빼놓을 것 없이 다 잘하는 우리가 모여서 이뤄낸 성과에 대한 자찬의 표현이었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자랑거리를 말한다 한들 어색할 것이 하나도 없는 이유는 최근 몇 년 동안 대한민국은 다른 어떤 나라도 넘볼 수 없을 만큼의 가치를 지닌 문화의 콘텐츠를 창조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삼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시절엔 몇몇 흥행하는 영화나 또는 인기 있고 재능 있는 소수의 연예인들만이 브라운관을 독식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더니 서서히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영화가 세상의 이목을 조금씩 받기 시작했고 세월이 훌쩍 지나 밀레니엄을 넘기고 이십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이제 대한민국의 문화는 전 세계인의 삶에 행복을 전해주는 요소로 탈바꿈했다.

우리의 지난 과거를 생각한다면 이것은 가히 기적이라 말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영화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6개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미국의 4대 연예 시상식중의 하나인 에미상은 TV드라마를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으로서 미국의 시상식이지만 전 세계적인 인지도와 대중성 그리고 인기를 누리는 작품들과 배우들이 시상식 무대에 오르게 되는 그야말로 TV계의 아카데미상이라 할 수 있는 시상식이다.

이 년 전 우리는 이미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더불어 네 개 부문에서 수상을 한 기록이 있다. 그래서 이제 우리가 도전해야 할 두 가지 부문은 그래미상과 토니상이다. 그래미는 음악 부문의 시상식이고 토니는 연극 부문의 시상식이다. 그래미 시상식에는 우리가 기대를 해도 될 만큼 충분한 역량을 가진 BTS가 있으니 상대적으로 빈약한 연극 부문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잘 하는 것들은 비단 대중문화 예술만이 아니었다. 석 달 전에는 우리의 클래식 음악이 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의 젊은 청년 임 윤찬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피아노를 배우기에는 조금 늦은 일곱 살에 시작했지만 또래 아이들과는 다른 재능을 보였고 피나는 노력과 연습을 한 결과로 불과 열여덟이라는 어린 나이에 기어이 국제 콩쿠르를 평정하기에 이르렀다. 인터넷에 나오는 그에 관한 이야기들을 이 작은 지면에 다 풀어놓을 수는 없지만 그의 내면에는 분명 한 철학자가 들어앉아 있었다.

그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어느새 K팝을 넘어 K클래식이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가 되고 있다. 인터넷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우리나라의 클래식 음악교육을 취재한 외국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들이 한결같이 감탄했던 것은 음악을 향한 우리의 열정이었다. 그 열정의 이면에는 물론 한국예술종합학교라는 교육적인 제도의 뒷받침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가족들의 헌신이었다. 서양과 우리는 가족의 문화가 달라서 그들의 시각으로 본다면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희생이 있었기에 어쩌면 지금의 우리 세대가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희생의 가치를 거룩한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를 이끌고 있는 이 시대를 우리는 잘 활용해야 한다. 우리에겐 대중문화뿐만이 아닌 더 의미 있고 빛나는 가치를 지닌 콘텐츠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은 지구가 환경문제로 인해 병들어가고 또한 사람의 인성이 점점 본성을 벗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 꼭 필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나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신성한 가치를 통해 먼 미래의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줄 수 있는 그런 선조가 되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그 임무는 바로 ‘홍익인간’이라는 우리의 건국이념을 바로 알고 실천하는 삶의 태도이다. 그리하면 우리는 어느 나라에서 우리를 평가해도 못할 것이 없는 민족이라는 예찬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