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 영 규

우리를 감싸고 있는 자연적 인공적 환경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획기적인 의·식·주의 개선과 문화생활의 향상으로 우리들의 사고방식은 많이도 바뀌었다. 첨단 과학에 대한 관심이나 지식의 상승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문화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참여도 또한 높아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과학과 예술은 분명, 다른 그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있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은 그냥 구름이라고 해야지 기어이 수증기라고 한다면 듣기가 거북하고 불편하다. 금강산은 그대로 금강산이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굳이 각종 광물이 많이도 묻혀 있는 경제성이 높은 산이라고 한다면 그것 또한 이상하다.

과학은 어디까지나 과학이고, 예술은 어디까지나 예술이라는 한계가 바로 이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순응하면서 일상적으로 살아간다. 기온과 색채, 주위 환경이 바뀌며, 심지어 우리의 의상까지 바뀌게 된다. 그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정상적이어서 누가 이상하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니, 요즘 쌀쌀한 가을의 한복판에 여름에 입던 반소매 옷을 그대로 입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와 같은 변화는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 자연과 풍물이나 식물 등 만물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엄연한 법칙인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무시하고 역행하는 경우에는 무질서한 혼란과 비정상의 착오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우주의 질서가 위협받게 되는 것이다.

자연의 변화는 탈바꿈을 의미하기도 한다. 탈바꿈이란 곧 발전을 말하는 것이니, 낮과 밤의 탈바꿈이 인류의 역사를 이어 왔으며 이것이 모이고 쌓여, 예술·문화·과학 등 모든 분야의 찬란한 업적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굼벵이가 탈바꿈을 하여 한 차원 높은 매미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모든 것은 변화에 의해서만이 발전이 오는 것이다.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이란 필요치 않은 것은 하나도 없으니, 언뜻 보기에 필요치 않은 것이 많이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엄밀하게 자세히 따지고 보면 어디인가 틀림없이 쓸모가 있고 가치가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서 진정으로 쓸모없는 물건이나 자연물이 하나라도 있게 된다면 그것은 우주의 자연법칙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도태를 면할 길 없으니 걱정할 일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우주 안에서는 쓸데없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능력도 없고 가난한 사람이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겠느냐?」고 노자(老子)에게 물었다.

노자는 말하기를 「도둑질을 하라」 라고 일렀다. 그는 남의 재물이나 재산을 훔치기 시작, 소도 몰아오고 곡물도 가져다 쌓았다. 닥치는 대로 훔치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들통이 나고, 많은 사람에게 얻어맞은 후 관가에 끌려가 심한 고초를 당하고 말았다.

그는 다시 노자를 찾아가서 그 사유를 고한 즉, 「네가 도둑질을 잘못했구나. 다른 것이 아니라 자연(自然)을 도둑질하라는 말이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을 도둑질하며 이용하다가 죽는 것이다. 한 평생 동안 자연을 도둑질 잘 하는 사람은 잘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자연을 도둑질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남의 것을 송두리째 집어 삼키는 자들이 많으니 사회가 편치 못하고 세상이 불안하며,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능력해 보이기까지 하니 아이러니하다.

「자연으로 돌아가라」라고 수세기전 루소(Rou sseau)는 말했다. 그리고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라고 교육심리학자는 프로이드(Freud)는 주장했다.

첨단과학문명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었으나 자연이 주는 위대하고 엄청난 혜택에는 비교가 되지 못할 것이다.

우주 안에는 쓸데없는 물건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하여 버릴 것을 선택하자 쓸데가 없을성싶게 느껴질 때 이것을 쓸데가 있는 물건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탈바꿈이니, 개혁이니, 자연으로 되돌려 놓느니 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