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子曰 人之過也 各於其黨 觀過 斯知仁矣(論語/里仁)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의 잘못이란 각자 자기 집단에 치우쳐 있는 것이다. 이 잘못을 보는 것이 곧 어짊을 아는 것이다.”

그동안 이 지면을 통해 글을 써 오면서 논어 글귀를 참 많이 인용했는데, 위 글귀가 그 중 많이 인용한 글 TOP 5에 들어가는 말이다. 이 처럼 위 글을 많이 인용한 것은 진영논리의 심각성을 오래전부터 느껴왔고 그 정도가 감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더 증가하기에 자주 인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또 다시 위 글귀를 들고 나온 것은 이제는 진영논리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진영논리를 넘을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시기가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번 펜을 들었다.

우리 시회는 심각한 진영논리에 빠져있다. 어떤 주장이냐를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주장인가를 보는 것이다. 언젠가 거짓을 행하는 진보운동의 문제점에 대해 같은 진보진영에 있으면서도 더 이상 참기 힘들어 글을 통해서라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 비판적인 언사를 토해 낸 적이 있었는데, 진영논리의 심각성은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심각한 수준이다.

요즘 중앙정치를 보면 더 이상의 이성이나 논리, 그리고 진실과 사실은 없다. 상대를 누르고 자기를 살릴 수 있는 길이면 말이 되든 안 되든 내뱉고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거짓까지 일삼는다. 모든 사안을 정치적으로 진영논리로 접근한다. 이제 국민들도 여기에 점점 먹히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를 극복해 보려는 노력이 정치권에서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철수현상’이 바로 그것이었다. 안철수의원은 2013년 5월 어느 강연회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하였다.

“진영(陣營)의 장막을 걷어야 합니다. 민주화이후 한국정치를 지배해 온 이념과잉과 배제의 정치는 진영정치라는 낡은 정치유물을 만들었습니다. 칭찬과 격려가 없는 정치, 양보와 타협이 없는 정치가 계속됐습니다. 상대방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옳은 것도 자기 진영의논리가 아니면 배척되었습니다. 중도는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진영의 권력쟁취만을 위한 정치가 계속되어 왔습니다. 저는 지난 대선출마이후 끊임없이 어느 한편에 설 것을 요구받았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잘 알다시피 완전히 실패했다. 아니 안철수 스스로가 포기선언을 하고 기성정당의 모습을 답습하였다. 분명히 진영논리를 넘어서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도 있었고 그 과정도 일정정도 있었지만 두터운 진영논리에 항복하고 만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사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히 중앙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익산의 정치현실도 마찬가지이다. 옳고 그름의 아니라 누구의 편이냐가 정치와 행정을 좌우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시민사회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그동안 시민사회는 그래도 사회의 소금역할을 해 왔는데 요즘은 시민사회도 진영논리에 빠져 허우적 되고 있다. 시민사회의 한 일원으로써 정말 부끄럽고 죄송하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동안은 비판적인 말만을 해 왔는데 이제는 정말 대안을 찾아야 할 때가 온것 같다. 나는 김훈작가의 <바다의 기별>이라는 책속의 한 이야기를 통해 대안을 찾고자 한다.

“내가 난중일기를 읽으면서 가장 놀란 것은 이순신의 그 리더십이나 그의 덕성이 아니라 사실에 입각하는 그의 리얼리스트 정신이었습니다. 그는 오직 바다에서 벌어지는 사실에만 입각하는 거예요. 그러나 그때 조선 임금을 둘러싼 정치권력은 당파성으로 갈라진 사람들이죠. 사색당쟁으로, 동인과 서인으로, 당파성에 매달려 있었죠. 당파성에 빠져있는 자들의 눈에는 현실의 올바른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죠. …… 그런데 이순신에게는 어떠한 당파성도 없었어요. 그는 오직 사실에만 입각한 것이죠.”

나는 이를 ‘중도’라고 말하지만 어떤 이는 ‘제3의 길’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만남이 요구된다. 사실에 근거한, 현장을 중심에 둔 생활현장정치, 생활행정을 펼치고자 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이제는 요구된다. 어느 특정 한 사람에 기대지 않고 작은 현장에서부터, 즉 중용(中庸)의 용렬하고 하찮고 평범하고 대수롭지 않은 우리들의 자리에서부터 모색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