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NGO 삼동인터내셔널 이사장
익산시 사회복지협의회장
익산시 지역사회보장대표협의체 공동위원장

김영주

9월 2일 새벽 5시, 평소와 같이 행선(行禪) 과 아침운동을 위해 숙소(중앙동)를 나왔다. 요즈음은 중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침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이 되면 중앙초등학교 주변의 10여분들이 운동장에 나와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또는 트랙을 걷는 모습에서 건강시대의 한 편을 보는 것 같아 좋다.
그런데 가는 비가 내린다. 가는 비라 생각하고 우산을 준비하지 못했다가 큰 비로 바뀌는 바람에 우산을 준비하지 못해 흠뻑 비를 맞은 추억이 떠올랐다.

‘이 정도의 비는 괜찮은데 더 내리면 어쩌지’
‘그래! 오늘은 중앙시장 안에서 걷자.’

생각에 이에 미치자 곧 바로 중앙시장 안으로 향했다.

중앙시장 안은 지붕이 되어 있어 비를 맞지 않고도 걸을 수 있고 길이도 왕복 800여 미터가 되기 때문에 학교 운동장 트랙과도 비슷하다.
3회 정도 왕복을 하니 비가 그친다. 다시 머리를 굴린다.

‘다시 중앙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갈 수는 없고 이왕에 이리 왔으니 익산역 방향으로 두어 바퀴 더 돌고 목욕탕으로 가리라.’

익산역 앞에 도달하니 큼지막한 간판 “익산역”이 확 눈에 띤다. 인적이 드문 익산역 앞에 서니 옛날의 추억들이 떠오른다. 필자는 1975년 2월 25일 익산역(당시 이리역)을 밟았다. 난생 처음으로 말이다. 고향 영광에서 고등학교를 졸업 후, 원불교에 계시는 집안 어른께서 엽서로 ‘올라오라’는 전갈이 있어서이다. 그 길이 46년을 익산에 살게 된 기연이 되었다. 그래서 영광과 익산은 내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땅이 되었다.

그리고 홍시(본명 유시연)가 부른 ‘익산역 시계탑’이란 노래가 떠오른다. 익산역 시계탑은 익산에 사는 어느 사람이나 관심을 길 수 밖에 없는 노래이다. 왜냐하면 익산을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면 볼 수 있다기에 / 만날 수 있다기에 / 두 번 생각지 않고 / 호남선 전라선 / 익산역 가는 차표 한 장 손에 쥐고 / 무조건 케이티 엑스에 몸을 싣고 / 그 사람 만나러 내가 갑니다 / 바람이 불면 시계탑 광장 앞에서 / 우산을 들고 날 기다려줘요 / 마음은 어느새 시계탑 광장인데 / 가는 내내 가는 내내 / 빗줄기만 속절없이 / 왜 이리도 쏟아지는가.」

익산역에는 시계탑이 없다. 익산역의 예전 이름 이리역에는 시계탑이 있었지만 1977년 11월 11일 일어난 이리역 폭발사고로 무너지고 말았다. 나중에 이리역은 복구되어 익산역으로 거듭났지만 시계탑은 다시 세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상큼하고 달달한 감을 뜻하는 홍시라는 이름을 가진 여가수가 부른 노래에는 시계탑이 세워졌다. 흥겨운 리듬의 트로트 ‘익산역 시계탑’이 바로 화제의 곡이다.

시계탑(時計塔 영어: clock tower)은 상단에 시계를 설치한 건물 및 탑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시계를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탑의 형태로 높게 만들며 각 국가나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오늘날 시계탑은 미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해 칭송받지만, 한 때는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로 중요한 목적을 수행했다. 친구들과의 약속, 연인들의 만남 등  사랑과 추억의 장소로 최고였다.

익산역에 시계탑이 세워졌으면 좋겠다. 시계탑이 아닐지라도 전자시계라도 설치해 지나가는 시민들이 ‘시간’이라도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익산역 시계탑은 이리역 폭발사고 후에 없어졌다고 한다. 익산 출신의 향토 작사가 「구정수」가 노랫말을 쓴 ‘익산역 시계탑’이라는 노래는 이리역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42년 후 같은 날인 2019년 11월 11일 발표한 것은 어떤 의미를 우리에게 주는 것일까?

전 익산경찰서장 김성중 익산성장포럼 대표는 그의 ‘익산역 시계탑’이라는 글에서 시계탑에 담을 의미를 다음의 3가지를 들었다.
첫째, 익산역 시계탑이 익산의 랜드 마크가 되어야 한다. 랜드 마크라 함은 어느 지역에 상징이 될 만한 건축물을 뜻하는데 기본적으로 모양이나 형태, 재료, 구조가 특이하며 규모도 고려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둘째, 익산역 시계탑에는 익산역의 역사와 한이 표현되어야 한다. 이리역 폭발사고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기념할 수 있는 조형물과 익산역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역사적 사건들을 조명하는 공간이 포함되어야 한다.

셋째, 익산역 시계탑을 통하여 익산의 특성이 반영된 미래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가장 익산스러운 것을 반영하면서 유라시아 철도 거점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대륙철도 시발역 선정과 서해권역 경제구역 중심환승거점 역할 수행을 위한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내세워도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그것은 무용지물이 된다. 활기찬 익산, 누구나 한번쯤 찾아오고 싶은 익산을 위해 ‘가장 익산스러운 것이 가장 익살스럽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아름다운 익산, 다시 찾고 싶은 익산을 위한 익산역 시계탑 건립. 익산의 랜드 마크가 되는 날. 치유 100년, 미래 100년의 역사를 다시 써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익산역 시계탑 노래가 전국에 울려 퍼지는 날. 그 날은 아름다운 날, 다시 찾고 싶은 날이 되리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