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어느 해 겨울의 일이다. 제나라에 3일 밤낮으로 폭설이 내렸는데 좀처럼 그칠 것 같지 않았다. 이때 제경공은 여우털로 된 옷을 입고 창밖에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는 며칠 더 눈이 내리면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여 더욱 아름다워질 것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안자(晏子)가 들어와 잠시 경공 옆에 서서 뭔가 생각에 잠겨 눈이 하염없이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이 없자 경공은 안자가 눈을 감상하는 듯하여 안자에게 말하였다.

“올해의 날씨는 정말 이상하군. 밖을 보게. 3일을 쉬지 않고 눈이 내려 땅에 눈이 두텁게 쌓였는데도, 날씨는 조금도 춥게 느껴지지가 않는군. 내게는 되려 따뜻한 봄처럼 느껴지네.”

이에 안자는 따뜻한 방안에서 경공의 몸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여우털옷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경공에게 물었다.

“정말 날씨가 조금도 춥지 않으십니까?”

경공이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웃음까지 띠었다. 안자가 생각하기에 아직 경공이 자기가 물은 말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보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제가 듣기로 옛날의 성현군자들도 이런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가 배불리 먹으면 혹시 누군가가 굶주리지 않는가를 생각하고, 자기가 따뜻한 옷을 입었으면 또 누군가 얼어 죽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를 걱정하였으며, 자기 몸이 편안하면 혹시 누군가 아직 힘에 겨워 피로하지 않은가를 염려하였습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시지 않는군요.”

안자의 말을 들은 경공은 한마디 말도 못하고 얼굴이 붉어졌다.

「추기급인」 자기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한다는 말로 흔히 우리가 말하는 역지사지와 비슷한 성어다.

이제 겨울이다. 우리 주변에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서로 서로 보살피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