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공직자의 처신이 쉽지 않은 게 작금의 현실이다. 과거에는 비리도 많고 이권개입으로 날 새는 줄 모르는 행정이나 경찰 공무원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처신을 올바르게 하지 못하는 공직자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비리나 이권개입은 줄었으나 정치권 줄대기와 줄서기가 많고 모범을 보여야 할 간부 공무원들이 선공후사, 멸사봉공의 자세를 견지하지 못한 모습이 눈에 많이 띤다. 선공후사는 공적인 일을 사적인 일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우선한다는 뜻이니 공직자의 처신과 본분에 합당한 말이라 할 수 있다.

멸사봉공은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공공의 이익에 힘써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멸사봉공에 대한 생각이나 행동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본래의 의미는 공직자의 본분에 맞는 공공성을 강조한  말이다. 박정희에게 있어 멸사봉공은 일본제국과 천황에 대한 충성의 맹약으로 해석된다. 안중근 의사에게 멸사봉공은 나라와 백성을 위해 개인의 목숨까지 버리는 충정의 마음으로 읽힌다. 사익 없이 공익을 앞세운 안중근 의사의 자세와 정신이 진정한 멸사봉공이요, 선공후사인 셈이다.

대통령선거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 때가 되면 공직자의 줄서기와 줄대기가 지나쳐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한 채 선거에 깊이 개입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대놓고 정치적 행보만 하는 공직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일시적으로 선거 때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고 평소 공직 신분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조직적 관계를 맺어 가는가 하면 공직을 이용해 본분을 망각한 정치적 행보만 하는 공직자도 눈에 들어온다.

모든 국민이 정치와 뗄래야 뗄 수 없고 삶과 직결된 문제이니 본인의 소신에 따라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자신과 신념, 비전, 정체성, 이념이 같은 후보를 위해 관심을 갖고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공직자들이 공무를 빙자해 사사로운 진로를 위해 정치적 행보만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행정공무원이 유력 정치인에게 줄서기만 하는 것도 문제고 경찰공무원이 치안에만 신경 써도 부족할 판에 정치인 같은 행보만 하면 그것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경찰 간부가 정치적 진출을 위해 경찰 간부 신분을 정치적 행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만 사용한다면 치안을 담당하는 공직자의 처신치고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

요즘 익산에서는 공직자의 처신에 대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본인들은 모를 수 있겠지만 멸사봉공, 선공후사는 없고 오로지 정치적 진출을 위한 행보와 사심만 가득하다는 말들이 많다. 이제는 기관장들이 공적 성격을 빙자한 사적인 모임을 왜 그리 많이 가져야 하는가 라는 상식 있는 시민들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자신의 이름 알리기 목적인 공로패, 감사패, 상장을 왜 그리 남발하고 있는지, 또한 그런 일 하는 것이 기관장들의 역할인지 대답해야 한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는 상이야 의미가 크겠지만 기관장이 자신의 이름 알리기와 생색내기 상을 남발하는 것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날마다 중요하지도 않은 기관장의 일정을 보도자료로 남발하는 것도 올바를 처신이 아니다. 요즘 들어 익산의 기관장들이 홍보성, 전시성 행사 참석을 일삼고 하루에도 수 건 씩 보도자료를 남발하다 보니 기관장 홍보기사만 넘쳐난다는 말이 많다.

공직자는 정치인이 아닐 뿐 아니라 시민의 공복이다. 당연히 멸사봉공의 자세와 선공후사의 마음을 가슴에 새기고 겸손하게 낮은 자리에서 눈에 띄지 않게 일하는 것이 올바른 처신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익산 소방서와 같이 정치적 행보와 관계없이 시민과 함께하는 참여 소방, 시민을 우선시하는 열린 소방을 전개하는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시민들의 좋은 평가도 있다. 대단히 반가운 일이고 귀감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일부 사심이 앞선 기관장은 멸사봉공, 선공후사의 자세를 잃어버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름지기 공직자는 사심을 버려야 한다.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으로서 국민이 낸 세금에 보답하는 처신과 공직 자세를 가져야 한다.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면 어찌 공직자라 할 수 있겠는가. 정치에 관심이 많으면 옷을 벗고 정치를 해야 할 일이다. 공직은 말 그대로 공직이다. 따라서 사사로운 이익에 집착할 자리가 결코 아니다. 시민들은 안중근 의사와 같은 멸사봉공을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만을 기대 할 뿐이다. 간부 공무원이 정치권 언저리에서 줄대기와 줄서기만 한다거나, 기관장이 자신의 출세만을 위해 공직을 사사로이 이용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처신이랄 수 없다. 어떤 익산시민이 이순신 장군의 멸사봉공을 기대하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최소한 지켜야할 공직자의 자세와 처신만이라도 가져 달라는 것이다.

시민이 바라는 것은 정치인 같은 기관장이 아니라 그저 본분에 충실한 공직자를 기대할 뿐이다. 그런 몸가짐과 자세가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