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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시간

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투표시간 연장을 놓고 여야 간 신경전과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후보측은 투표시간 연장에 부정적이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적극적인 입장이다. 특히 문재인 후보는 투표시간 연장이야말로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보장하는 일로 반드시 이번 대선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곳곳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1인 시위 등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박근혜 후보는 반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참 이상한 일이다. 국민의 참정권을 최대한 보장하자는데 구구한 논리를 들이대 회피하는 것이 그렇다. 박근혜 후보 측은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하면 약 100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또한 시간이 없다는 주장도 하고 있고 심지어 문재인 후보 측이 정략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 측의 주장은 한번 만 뒤집어 보면 옹색하기 그지없는 주장이 되고 만다. 100억원이 추가비용으로 들어가지도 않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국민의 참정권을 예산 운운하며 반대하는 것이 옹색하기 그지없다. 그 동안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권이 수십조의 예산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잘 알고 있는 국민들이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박근혜 후보 측은 깊이 생각해야 한다.

과거 13대 국회 이후 투표시간 연장은 여야 간 합의 사항이었고 줄기차게 추진해온 의제였다.

박근혜 후보 측이 시간이 없다거나 정략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젊은 층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표 참여율이 높아지면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판단해 억지 논리를 펴는 새누리당이 오히려 정략적이 아닌지 묻고 싶다. 새누리당이 국회에서 성실하게 논의하지 않고 자꾸 회피만 한다면 박근혜 후보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하루 빨리 투표시간 연장 의제를 놓고 11월 중에 합의 처리하면 될 일이다.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시간 벌기에 돌입해도 그 부담은 고스란히 박근혜 후보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곤혹스러울 것이다. 투표시간 연장을 받아들이자니 투표율이 높아져 선거에서 불리할 것이고 계속 거부하자니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하는 국민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인 셈인데 이럴 때일수록 박근혜 후보가 과감하게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급 상승한 것은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과감하게 박근혜 후보 측이 주장한 투표시간 연장과 대선후보 사퇴시 국고보조금을 환수하자는 소위 먹튀방지법 연계처리를 전격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재인 후보의 모습이 정략적이지 않다고 국민들이 판단했기에 신뢰도가 높아지고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정작 문재인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 대선 후보사퇴 시 국고보조금 환수라는 박근혜 후보 측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자 당혹한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 발뺌을 하고 있다.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모양새가 아니다. 본인들이 주장한 사항을 문재인 후보가 전격 수용하자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투표시간은 연장해야 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앞서 밝힌 것처럼 과거에도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 여야 간 합의를 해왔었는데 국회가 공전되면서 처리하지 못했다. 더구나 박근혜 후보 측이 투표시간 연장과 소위 먹튀방지법의 연계처리를 주장했고 문재인 후보가 이것을 전격 수용했으니 박근혜 후보 측이 받아들이는게 마땅하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후보 측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투표하기 어려운 계층과 비정규직이 많다. 이들에게 신성한 국민의 권리인 참정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정치권에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투표시간 연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연구용역까지 추진했고 그 결과 투표시간 2시간 연장, 사전투표제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또한 투표시간 연장이 다른 대안보다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도 높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투표시간 연장에 따른 추가 비용은 박근혜 후보 측 주장과 달리 불과 36억 원에 불과하다. 재외국민 1인당 선거비용이 내국인 선거비용의 35배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예산타령을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2시간 연장한 결과 투표율은 8.7%나 상승했다. 8.7% 국민의 참정권 가치는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의뢰한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총선 투표 불참자의 64.1%가 투표참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답했다고 한다. 근무시간 외출의 어려움, 고용주나 상사의 눈치, 임금삭감 우려 때문으로 답한 비율도 높았다.

투표시간 2시간만 연장해도 해결될 일을 언제까지 회피할 것인가. 문재인 후보처럼 박근혜 후보도 통큰 결단을 보여주면 안 되는 일인가. 문재인 후보의 통큰 결단이 지지율 급상승으로 이어진 것처럼 박근혜 후보도 전격적인 결단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