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근혜 후보는 여당인 새누리당 후보로 대구 경북을 비롯한 영남권과 50~60대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상승세가 가파르고 단일화 적합도에서는 안철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지지율에서는 여전히 문재인 후보를 앞서고 있다.

국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는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생치고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에 정치는 우리의 삶 자체라 하겠다. 하지만 정치도, 선거도, 대통령을 선택하는 일도 남의 일처럼 여기거나 정치를 더러운 것으로 치부하는 정치혐오증은 일반화 되어 있다. 정치혐오증은 정치인에게서 비롯된 측면이 크겠으나 그 정치인을 선택한 것은 국민이기 때문에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정치가 잘못되는 것은 정치를 대하거나 선거에 임하는 국민의 지각없음이 낳은 결과일 뿐이지 정치인과 정치 현실만 탓할 일이 아니다. 잘못된 대통령에 의해 국민이 고통 받으면 그렇게 선택하거나 선택되도록 만든 유권자의 무지가 결코 죄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좋은 후보 보다 문제 많은 후보가 당선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은 정당공천이 문제도 있겠으나 보다 더 큰 원인은 국민의 정치의식과 수준 탓이다. 정당공천은 정당이 선거를 통해 심판을 받고 책임을 지는 민주주의 최고의 제도이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은 집권을 목표로 하고 정책을 실현하고 다음 선거에서 국민에게 심판을 받기 때문에 책임정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소속은 선거를 통해 개인의 당락이라는 심판만을 받게 된다. 따라서 안철수 후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무소속 대통령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지자체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정당정치의 폐해를 막기 위해 무소속 후보가 많이 당선되는 것은 한국 정치현실에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잘못된 공천의 폐해도 막고 정당에 자극을 줘 정치발전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당에게 후보자 공천을 하지 말라는 것 역시 문제다. 같은 논리로 무소속은 책임정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출마하면 안 된다는 주장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정치인이나 정치시민단체나 상식적인 언행을 해야 한다. 나만 옳고 상대는 무조건 잘못됐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잃고 유권자의 정치의식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 후보의 대통령 선거 출마는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안철수 현상 때문에 정치 변화라는 민심을 읽을 수 있었고 기존 정당에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당후보가 폄하되거나, 정당후보는 안 된다는 주장은 대단히 비상식적이고 부당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은 국정을 책임지고 민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자리다. 이런 대통령을 선택하는데 정당이 없다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대통령을 강력하게 떠받치는 국민과 정당이 없이 정치를 잘 하기란 한국정치 현실에서의 불가능에 가깝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적 지지가 높은 대통령이었지만 한나라당과 꼬마 민주당의 협공에 지지율은 추락하고 도로 민주당으로 회귀했다. 도로 민주당으로 가게 된 것은 국민들과 한국 정치 현실이 지역주의에 기반한 양당제를 더욱 선호한 결과였다. 정당을 채찍질해야 하지만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것도 정치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의 요구와 인식은 문재인 후보는 훌륭한 후보지만 역설적으로 민주당이라는 정당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지지율은 높지만 무소속으로는 대통령의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없다는 뚜렷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단일화를 요구하고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이 높음에도 단일후보 적합도에서는 민주당 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줄탁동기란 말이 있다. 줄탁동시라고도 하는데 송나라 때의 벽암록에 새긴 말로 병아리가 부화해 알껍질을 깨고 나올 때 계란 안쪽을 병아리의 부리로 톡톡치면 이 신호를 듣고 어미 닭이 계란을 쪼아 병아리가 쉽게 나올 수 있도록 한다는 사자성어가 줄탁동기 혹은 줄탁동시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시대적 사명을 부여 받았다. 한 후보는 알속에서 부화를 위해 알껍질을 자극해야 하고 한  후보는 밖에서 계란을 쪼아 부화를 도와야 한다. 줄탁동기 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정치를 못 했지만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책임정치를 하는 정당정치제도 하에서 원인과 결과가 다른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분단국가로 보수적인 국민정서가 크다.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못하고 성공적인 단일화를 줄탁동기처럼 하지 못하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더욱 끌어안아야 하고 안철수 후보는 정당 없이 대통령을 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12월 대선의 시대정신은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라 하겠다. 시대정신을 거역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죄를 짓는 일이라는 것을 두 후보가 가슴에 새기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