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지역농업연구원장

권불십년이라고 흔히 말한다. 화무십일홍이란 말도 있다. 권력의 유한함을 가리키는 말이다.

많이 회자되지만 하찮은 권력이라도 손에 쥐면 자신을 경계하지 못하고 권세를 휘두르려 하니 묘한 일이다.

역대정권의 실세와 친인척들이 비리와 부정으로 험한 일을 당했음에도 이를 반면교사 삼지 않아 이명박 정권의 실세와 친인척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남은 임기 내내 줄소환이 이어질 것이고 이명박 대통령 자신도 위태해 보인다.

이런 현상은 비단 권력 실세들이나 대통령의 친인척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하찮은 권력이라도 쥐게 되면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의 위세를 빌어 호가호위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반복됐다.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은 물론이고 기초의원이라도 되면 비리를 저지르거나 자리 연장을 위해 건강하지 못한 행태를 지속하기도 했다. 때로는 진실이나 사실관계, 일의 선후도 살피지 않은 채 솥뚜껑으로 자리잡기식 일처리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성과는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언론플레이로 인기관리나 하는 이미지 정치인도 적지 않은게 현실이다. 특히 19대 총선에 당선된 초선 국회의원들이 유독 언론플레이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한다. 국회 의정 활동이 생각처럼 녹록하지 않으니 아무 내용도 아닌 보도자료만 수없이 쏟아내는 보도자료 정치, 가볍고 얄팍한 셈법정치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모두 다 경계할 일이요,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태라 하겠다.

익산은 공직자들의 비리, 정치인들의 얄팍한 셈법 정치, 막가파식 목소리 큰 정치, 언론플레이로 이미지만 포장하는 유권자 기만정치, 토호들의 발호가 심한 지역에 해당된다. 권세를 지닌 주체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자성이 없이는 익산의 미래가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다. 우선 권세를 지닌 지도자들의 자성과 지역토호들의 도덕성 회복이 중요하다.

시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천만금의 무게로 느껴야 한다. 진실과 정의를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두고 그 기준에 어긋난 일은 하지 않도록 스스로 각성하고 도덕적 모범을 보여야 한다. 부정부패와 퇴행적 정치행태에 지나치게 관대한 지역이 익산이다.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질러도 관대하게 용서하는 지역이 익산이니 매번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모범을 보이는 일과 함께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책임을 묻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것이 부패공화국 익산이라는 오명을 씻는 지름길이다.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에 손숙오라는 사람이 있었다. 손숙오가 어릴 때 밖에서 머리가 둘 달린 뱀, 즉 쌍두사를 보고 들어와 침울해 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쌍두사를 보면 죽음이 찾아온다는 미신이 있었기 때문에 손숙오는 걱정이 되어 밥도 먹지 못했다. 손숙오의 어머니가 침울한 자식이 걱정되어 까닭을 물었다. 손숙오가 “밖에서 머리 달린 쌍두사를 보았기 때문에 저는 죽게 되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손숙오의 어머니가 “그럼 지금 그 쌍두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느냐”고 또 묻자 손숙오가 “보는 즉시 다른 사람이 보게 되면 불행해질까봐 제가 죽여서 땅에 묻어 버렸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손숙오의 어머니가 아들의 말을 듣고 “걱정을 안해도 되겠다. 너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남을 위해 선행을 베풀었는데 어찌 하늘이 네 목숨을 가져 가겠느냐”라며 자식을 격려한 일화가 있다.

손숙오는 재상을 세 번이나 했다. 초의 장왕이 패권을 차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고 관개수리시설의 정비로 농업생산량 증대의 전기를 마련하는가 하면 백성의 입장을 고려한 정치를 했다. 그런데도 손숙오는 항상 근검절약하고 겸손했다. 왕이 이런 손숙오의 공을 크게 여겨 땅을 하사하려고 수차례 권했다. 하지만 손숙오는 왕이 하사하는 땅을 한사코 거절했다. 손숙오가 죽은 후 왕은 손숙오의 아들에게 땅을 하사하려 했다.

워낙 청렴결백한 손숙오였기 때문에 그가 죽자 살림살이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손숙오는 죽기 전에 아들에게 유언을 했다. “아마 내가 죽고 나면 왕께서 땅을 하사하려 할 것이다. 결코 좋은 땅을 받지 말고 가장 척박한 오지를 받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왕의 권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척박한 오지 땅을 원했다. 수없이 많은 전쟁이 벌어졌던 춘추시대였지만 손숙오의 자손들이 갖고 있는 땅을 탐하는 자들이 없어 전쟁 통에도 손숙오의 가계는 오랫동안 건재했다.

호구지계란 이런 손숙오의 고사에서 나왔다. 호구라는 마을의 노인이 손숙오에게 “일반 백성은 직위가 높은 사람을 질투하고, 왕은 벼슬이 높은 사람을 미워하며, 돈을 많이 받는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원망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손숙오가 “직위가 올라갈수록 스스로를 더욱 낮추고, 벼슬이 올라가면 욕심을 버리고, 녹을 많이 받을수록 베푸는 것을 즐겨하면 세 가지 원망에서 풀려날 수 있는 것이요”라고 말했다는 고사가 호구지계다. 중앙 권력은 물론 지방권력이나 토호세력이 호구지계를 늘상 되새김질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