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농업연구원장

참여정부 당시의 핵심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는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었다. 수도권 과밀화와 지역간 불균형 해소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한 노무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었다.

이 정책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혁신도시 조성사업으로 귀결되었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 있던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결정되었고 논란 끝에 농촌진흥청과 토지공사 등의 이전이 확정되었다.

혁신도시 유치 당시 필자는 농촌진흥청과 산하기관 및 한국식품연구원 유치에 발 벗고 나서 나름 기여를 했다. 밤낮없이 뛰어다니며 농촌진흥청 간부들과 노조대표자들을 설득하고 한국식품연구원장과 함께 노조를 설득하는 등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또한 총리실을 비롯한 중앙부처 방문, 의견서 제출 등 다양한 논리를 개발해 유치 필요성을 강조해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그 결과 농촌진흥청과 산하기관 및 한국식품연구원이 전북으로 이전을 확정해 전라북도가 농촌진흥, 농업연구, 식품연구개발의 메카로 발전하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이런 기관 이전에 따른 시너지 효과와 파급효과를 강조하며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유치 논리와 전략을 구사했음은 당연하다.

필자가 책임자로 있는 지역농업연구원은 전라북도로부터 국가식품클러스터 유치계획서 수립 참여를 요청받고 식품클러스터의 유치 논리를 전개해 전라북도에 국가식품클러스터가 들어오는데 기여를 했다.

하지만 혁신도시가 익산에 오기를 희망했던 필자의 노력과 희망은 이뤄지지 못했고 국가식품클러스터만 익산에 조성되게 되었다.

시간이 꽤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혁신도시 유치와 국가식품클러스터 유치에 나섰던 일은 보람 있는 일이었다. 문제는 그 뒤 발생했다. 토지공사가 주택공사와 통합되면서 출범한 LH가 전북이 아닌 경남 이전이 확정되면서 전라북도의 혁신도시는 초라해지게 되었다.

특히 광역시가 소재한 지역은 두 곳의 혁신도시가 조성되면서 더욱 특혜를 입었고 전북, 충북, 강원도처럼 광역시가 없는 지역은 혁신도시가 한 곳만 조성되어 사실상 반쪽짜리 혁신도시가 조성되게 되었다. 한 마디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혁신도시 조성 사업에도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이명박 정권 말기에 세종시는 중앙부처 이전 1단계가 마무리 되고 이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등이 후속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의 이전이 추진되고 있는데 추가 이전 기관에 대한 전략도 없고 유치계획도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라북도는 농생명, 식품의 메카를 꿈꾸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농식품생명 관련기관의 유치를 위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농촌진흥청 및 산하기관과 한국식품연구원이 혁신도시에 들어서기 때문에 농식품생명 분야의 메카로 자리 잡기위해 R&D 기능강화 등의 필요성을 역설해야 한다.

따라서 농촌진흥청 산하 기관인 농업기술실용화 재단,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당연히 전북으로 이전되어야 한다. 또한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 HACCP기준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등의 축산관련 기관도 당연히 전북으로 이전되는 것이 마땅하다.

이외에 농림수산식품분야 공공기관은 전북으로 일괄 이전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명박 정권은 철저하게 노무현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을 훼손하는 국정을 운영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런 전철을 밟아서는 결코 안 된다. 이명박 정권의 추락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 연유를 간파해야 한다. 부익부 빈익빈을 고착화시키고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킨 것이 이명박 정권의 가장 큰 죄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권이 한 것과 반대로만 하면 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 시발점이 광역시가 없는 전북 등에 공공기관을 집중 이전 배치하는 것이다. 이보다 상징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무엇이 있겠는가.

가난이 대물림되는 가정과, 지역과, 나라가 지속되는 것이 사회통합일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지역 균형 발전과 양극화 해소는 국가적인 아젠다로 재점화 되어야 한다. 이런 피나는 노력이 없는 사회 통합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5년 동안 그 것이 국정의 핵심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