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鏡虛선사는 전주에서 태어나 9세에 경기도 청계산 청계사에 출가하여 참선과 무애행으로 사시다가 64세로 입적하시기까지 한국 불교사에 이름을 날리신 분으로 스님 생전의 일화 몇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하루는 경허선사와 제자 만공스님이 탁발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등의 쌀자루에는 쌀이 가득했다. 절집은 멀고 무겁고 지쳐있었다. 이때 경허선사가 말했다. 

 “무겁고 힘들지?”

 “예”

 “그러면 빨리 가는 방법을 쓸터이니 너도 따라와야 한다.” 

 “어떻게 빨리간단 말입니까?” 

 “좀 있으면 알게 될 거다.”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젊은 아낙네가 물동이를 이고 나왔다.

경허 선사는 그 아낙네의 양 귀를 잡고 입을 맞추었다. “에그머니나!”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물동이를 떨어뜨리고 마을로 달려갔다. 이 소문이 곧 마을에 퍼지고 급기야는 몽둥이를 든 마을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저놈들 잡아라” 경허 선사와 만공 스님은 냅다 뛰기 시작했다. 온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두 스님을 마을 사람들은 따라올 수가 없었다. 이윽고 마을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자 경허 선사가 말했다. 

 “쌀 자루가 무겁더냐?” 

 “그 먼길을 어떻게 달려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내 재주가 어떠냐? 무거움도 잊고 먼길을 단숨에 지나 왔으니 말이다.”

경허 선사가 청양 장곡사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다. 선사가 곡차를 잘드신다는 소문을 듣고 인근 사람들이 곡차와 파전을 비롯한 여러 안주를 들고 왔다.

이것을 맛있게 먹다가 만공 스님이 물었다. “스님, 저는 술이 있으면 마시고 없으면 안마십니다. 파전도 굳이 먹으려 하지도 않지만, 생기면 굳이 안 먹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스님은 어떻습니까?” 그러자 경허 선사가 대답했다.

“나는 술이 먹고 싶으면 밭을 갈아 밀을 심고 가꾸어서 누룩을 만들어 술을 빚고 걸러서 먹을 것이네. 또 파전이 먹고 싶으면 파씨를 구하여 밭을 일구어 파를 심고 거름을 주며 알뜰히 가꾸고 키워서 파전을 부쳐 먹겠네.”

이처럼 적극적인 삶을 살면서 또 어느 때는 거침이 없는 무애행으로 살다 가신 경허 선사의 깨우침 또는 가르침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