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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군자

황만길 지역진흥원장

중국 후한시대에 올 곧고 청렴한 신하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가난한 선비 출신의 진식이었다. 진식은 학식과 덕망이 높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그는 지방의 하급관리 생활을 하다 작은 지방수령을 한 것에 불과했으나 백성과 함께하는 훌륭한 민생정치를 펼쳤다.

진식은 백성들에게 처분을 내릴 때 결과를 중심에 두지 않고 그 원인과 까닭을 살피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백성이 범죄를 짓는 것도 가난하고 고통 받는 현실이 원인임을 직시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지방 수령이었던 셈이다.

진식과 관련해서는 매우 유명한 고사가 있다. 흔히 양상군자 즉 도둑을 가리켜 대들보 위의 군자라는 말을 쓰는데 이 말의 유래가 진식에게서 나왔다.

흉년이 심하게 들어 백성들이 굶주려 죽어나가는 현실이 되자 진식의 집에도 굶주린 도둑이 들어왔다. 마침 진식이 들어오니 도둑은 대들보 위에 재빨리 몸을 숨겼다. 도둑의 목숨이 열 개라도 살아남기 힘든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때 뜻밖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도둑이 대들보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안 진식은 자손들을 모두 불러 놓고 일장 훈화를 했다. “자고로 사람이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얻기가 어려운 법이다. 사람이 어찌 본래부터 나쁜 것이겠느냐. 나쁜 버릇이 몸에 습관이 되어 끝내는 악의 터널에 빠져 버리게 되는 것이다.

대들보 위의 군자께서도 바로 이런 분이다”라고 훈화를 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진식의 얘기를 훔쳐듣던 도둑이 대들보에서 황급히 내려와 무릎을 꿇었다. 도둑은 자신의 처벌을 청했으나 진식은 오히려 도둑에게 비단 두 필을 내 주고 배웅했다. 도둑을 양상군자라 칭한 진식이야말로 백성의 배고픔과 잘못을 지도자의 책임으로 스스로 인정한 참된 관리였던 셈이다. 이 사건이 있은 후 진식이 관할한 태구현에서는 도둑이 사라졌다고 한다.

진식은 도둑을 양상군자라 칭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도록 감화시켰다. 진식 스스로가 가난한 선비출신이었기 때문에 가난한 백성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백성의 입장에서 선치를 한 것이다. 세상의 법과 권력도 백성 아래에 있는 것이고 당시의 모든 문제가 가난과 배고픔에서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있는 자가 나누고, 가진 자가 내려놓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유효한 수단임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수천 년 전에 이런 관료가 있었는데 오늘날 상식에 어긋난 일들은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다.

다름 아니라 익산사랑장학재단 때문이다. 익산사랑장학재단은 익산시가 출연하고 시민들의 성금을 합해 만든 공익재단이라고 할 수 있다. 2년 전에 장학금 수여 대상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내부비리 혐의 등으로 엉터리 운영이라는 비난과 비판도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상식 밖의 일을 하고 있으니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우선 장학금 수여 기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대학원 장학생 선발을 로스쿨 생으로 못 박아 놓은 점이다. 대학원생이 어디 상류층 자제들이 많이 들어간다는 로스쿨생만 있다는 말인지 한심하기 그지없다.

돈 없고 빽 없어 눈물 나게 공부하는 일반대학원생이 부지기수인데 장학금을 줘서는 안 될 로스쿨 학생들만 정해놓고 장학금을 주는 행위는 묵과할 수 없는 잘못된 행태다. 5명의 원광대 로스쿨 생에게 무려 3천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2년 전 심각한 비판이 일었지만 막무가내로 강행한 적이 있다.

여론의 눈총이 워낙 따가웠던지 지난 해에는 3명에게 6백만원만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하더니 올 해 또다시 로스쿨생만 지정해 6명에게 각각 400만원씩 지급하는 결정을 하고 공고를 냈다. 기가 막힐 일이다. 왜 로스쿨 생에게만 장학금을 줘야 하는가 합리적 답변을 요구한다. 익산시민이 그만큼 노력해서 로스쿨을 유치해 준 것도 부족하단 말인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결정을 한 일부 이사들이 관련 대학의 전 현직 책임자들이란 점이다.
또한 성적도 문제다. 일반고교생의 국영수 평균점수가 90점 이상이어야 하고, 저소득 고등학생은 80점 이상을 득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 없으면 공부 못하는 게 현실인데 가난한 저소득층 자녀가 90점, 80점을 득점하기가 과연 쉬운 일인가. 학원에 등록하거나 과외를 받지 않으면 국영수 80~90점 이상을 얻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익산사랑장학재단은 확 바꾸지 않는 한 가진 자의 리그에 불과할 뿐이다. 도둑도 양상군자로 만든 진식이 익산사랑장학재단의 현실을 보면 근심걱정에 잠이나 이룰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