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나라 초기, 삼서三徐라고 불리던 서연휴, 서현, 서착은 강동 지역에 있는 남당南唐에서 이름이 알려진 학자들이었다. 송나라 조정의 임금과 대신들은 모두 그들의 학문이 아주 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뛰어난 사람이 서현이었다.

한번은 남당에서 서현을 파견해 송나라에 조공하러 왔는데, 관례 대로라면, 조공하러 온 사신을 접대하는 압반사를 보내 접대해야 한다. 그러나 송나라 조정 대신들을 서현의 학식과 언변에 겁을 먹고 압반사로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적임자를 선택하기 어려워 송태조에게 품했다. “그럼 경은 물러가시오. 짐이 선택하여 보겠소”

얼마 지나지 않아 좌당(황제의 비서)이 금위군의 명부를 관장하는 부서에 일자무식인 시위 열명의 명단을 뽑아 올리라는 문서를 내려 보냈다.

송태조는 올려진 명단에서 한 사람의 이름 위에 표시를 했다. “이 사람이면 가당할 것이야” 말을 듣고, 대신들 모두 깜짝 놀랐다. 조정 요직에 있는 중서도 감히 황제에게 다른 말을 더 간하지 못하고 명대로 압반사를 출발 시켰다.

엉겁결에 압반사란 벼락 감투를 쓴 시위는 그저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서현을 마중하러 양자강을 건너가게 되었다.

송나라 압반사를 만난 서현은 청산유수로 여러가지 유식한 말들을 쏟아 내었다. 다른 사람들 모두 그의 박식과 언변에 감탄했으나, 송나라 압반사만은 서현의 언변에 놀라는 기색이 없이 그저 “예, 예”하고 응대만 할 뿐이었다. 송나라 압반사가 일자무식의 시위임을 알리 없는 서현은, 마냥 자기 흥에 겨워 학식을 자랑했다. 그렇게 며칠동안 자기의 학식을 다 털어 천하의 이치를 풀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송나라 압반사 입에서 별다른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결국, 서현은 제풀에 지쳐서 입을 봉하고 말았다.

이일은 일자무식의 우자愚者가 학식이 높은 현인을 난감하게 만든 일이다. 학식 높은 학자가 무식한 사람을 당혹시키려고 해도, 무식한 사람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기에 당혹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식있는 두 상대가 만나면 서로 지려고 하지 않는다. 언제든 모르면 말하지 않는다. 아는걸 안다고 하고, 모르는걸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