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오 의원

몇일전 한 중앙지 1면에 한 여인이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에 작은 액자를 껴안고 오열하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TV나 인터넷에서 잊어버릴만하면 한번씩 들려오는 “자살”소식이었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투신자살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어머니가 아들 영정을 안고 오열하고 있던 그 기사를 보면서 어쩌면 우리 기성세대들의 잘못으로 소중한 목숨을 또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2012년 5월 정부는 서둘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학교폭력 발생시 117신고, 학교폭력 지원단 운영, 전담체계 구축 등 높아진 신고의식과 예방교육의 강화로 국가와 사회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도 학교폭력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폭력’이란 학생간에 일어나는 폭행, 상해, 감금, 위협, 약취, 유인, 모독, 공갈, 강요, 강제적인 심부름, 명예훼손, 따돌림, 성폭력, 언어폭력 등 폭력을 이용하여 학생의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주는 폭력행위이다.

쉽게 말해서 학교에서 폭력을 써서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 이외에 무심코 친구에게 내뱉은 욕이나, 집단에 끼워주지 않는 것 등 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저지르게 되는 행동들도 학교폭력에 해당된다.

또한 학교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가 학기 초, 그러니까 3월이다. 새로운 학급, 새로운 환경에서 소위 말하는 ‘짱’이 되고자 이유없이 급우에게 시비를 걸고 따돌림을 유발시킨다. 자료에 보면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으로 변해서 자신이 당한 폭력에 대해 그 이상으로 친구들을 괴롭히게 되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학업의 중압감, 감정표출의 억제 등 심리적 갈등의 표출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자. 성인들도 처음 낯선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면 쉽게 말을 붙이기 꺼려진다. 누가 먼저 손을 내밀고 대화를 시도하기를 기다리든지 아니면 어색한 자리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완전하지 못하다. 신체적 폭력이나 금품갈취만이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어야 하는 게 어른들이 몫이다.

곧, 올바른 가치관형성이나 주체성 확립의 인성교육이 먼저일 것이다.
인성교육의 첫 단계로 ‘대화’는 청소년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형성과 이해를 추구하는 통로역할이다.

특히 청소년기의 대화는 미래의 자신을 설계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학교와 가정에서는 대화를 통한 인성교육보다 ‘성적우선주의’를 먼저 심어주어 이기적이고 감성이 메마른 아이들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빡빡한 수업시간에 보충학습, 거기에 야간학습까지 도대체 언제 친구들과 부모님과 선생님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옛말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평소에 대비가 없었다가 실패한 다음에 뒤늦게야 깨달아 대비함을 이르며 이미 일을 그르친 뒤에 뉘우쳐도 소용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순한 이치지만 우리의 삶에는 어떠한 일이 발생하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한다.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에 해결할 수 있는 대비책으로 대화의 시간을 만들어 보자. 아주 쉬우면서도 경제적 부담 없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기의 대화는 자기발견의 기회이며 이상을 향한 꿈의 기회이며 더불어 사회에 능동적 대처를 할 수 있는 예방책이 될 것이다.

이미 고정관념이나 독선적인 아집으로 굳어버린 어른들과는 다르게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 시기에는 대화로서 얼마든지 전환점을 생각해볼 수 있고 궤도수정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문제가 생긴 후에 실시하는 후 교육, 후 행정이 아닌 피해학생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어른들이 바뀌어야 아이들도 이겨낼 수 있다.

내 자식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과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모르는 안일한 개인주의 성향을 버리고, 우리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바른 사고를 갖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가정과 사회,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