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단잔(原坦山) 선사는 일본 에도후기와 메이지시대의 철학교수이다. 하라단잔 선사가 이승을 떠나기 바로 전날 예순 통의 편지를 써서 제자에게 주며 모두 발송하라고 했다. 그리고 입적했다. 편지의 내용은 「나는 이제 세상을 떠난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날이다.」

하루는 운쇼(雲照)스님이 하라단잔 선사를 찾아왔다. 운쇼 스님은 불교의 계율을 엄하게 지키며 살았다. 술은 입에 한모금도 대지 않았고, 아침 11시 이후로는 일체의 음식물을 먹지 않았다.

어느날 하라단잔 선사는 술에 만취 되었으면서도 운쇼 스님이온 것을 알고 말했다. “어이 친구왔나! 어서 들어오게. 술한잔 할텐가?”

운쇼스님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술을 안먹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는가?” “그래 그래 자넨 술을 입에 대지 않지. 하지만 술한잔 못하는 녀석도 사람인가?” 이 말에 운쇼스님이 더욱 화가나서 말했다. “술한잔 못한다고 사람이 아니라면, 그럼 나는 무어란 말인가?”

이에 하라단잔 선사가 갑자기 엄숙한 어투로 말했다. “자네, 사람이 아니고 부처야 부처”

어느 여름에 하라단잔 선사가 에키도와 함게 여행을 하다가 큰 장마를 만났다. 시골길의 깊이 패인 곳으로 갑자기 흙탕물이 넘쳐 흘렀다. 마침 아리따운 처녀가 그 흙탕물을 건너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하라단잔 선사는 얼른 뛰어가 말햇다. “이리오시오. 내가 도와 드리리다” 이말과 함께 처녀를 번쩍 안고 흙탕물을 건네주었다. 에키도는 아무말 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저녁이 되어 둘은 가까운 절을 찾아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었다. 에키도가 입을 열었다. “수도승은 여자를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거야. 그것도 젊고 아리따운 처녀는 더 더욱 안되는거야. 여자를 가까이 하는 일은 수도승에겐 매우 위험한 일이야. 그런데 자넨 왜 낮에 그런 일을 했는가?”

이때 하라단잔은 금시초문인듯 말했다. “낮에 내가 무슨 일을 했는데?” ‘낮에 예쁜 처녀를 덥썩안고 흙탕물을 건네주지 않았는가?” 하라단잔 선사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 일 말인가? 나는 그 여자를 흙탕물을 건네준 후 그곳에 두고 왔는데, 자제는 이곳 잠자리까지 데리고 왔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