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진흥원장

익산시민의 환경의식은 높지 않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객관적 조사 자료가 없기 때문에 단언 할 수는 없지만 환경관련 분쟁이 많았고 그 해결과정이 이권과 결탁한 세력의 손을 들어주는 일방적 행정이 대부분이었던 경험은 이를 증명한다.

예를 들어 웅포골프장은 건설과정부터 불법, 탈법이 난무했고 사기성 짙은 사업이었음에도 관광지 조성사업이라는 형식을 빌어 추진되었다.

하지만 사업주는 관광지 조성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익산의 허파나 다름없는 녹지대를 파괴해 오로지 골프장을 짓고 이권을 팔아 먹는 일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온갖 특혜를 받아 골프장만 짓고 골프전문대학, 각종 관광시설, 주민을 위한 공원조성 등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서 알 수 있다. 무려 15년 동안 한 일이라곤 온갖 특혜를 받고 함라산 일원을 파괴해 건설한 골프장 하나뿐이고, 이것도 생떼를 쓰며 정식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수년간 운영해오고 있다.

석재산업 활성화를 위한 석산 허가 연장 문제도 그렇다. 사실 익산시민은 석산으로 인한 소음, 분진, 환경오염에 시달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인내하며 지냈다. 하지만 석산 업체들은 그런 시민들의 인내와 지역경제 유지 및 발전을 위한 희생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다. 환경관련 시설은 미비해 주민들은 공해에 노출되어 왔고 끝없는 채석 연장 속에 시달려 왔다. 그런데도 석산의 경제 수명이 끝나면 또다시 폐기물을 매립해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문제는 법을 엄격하게 들이대면 결코 매립할 수 없는 폐기물들이 쉽게 허가되어 매립되었고, 잠재적 위협과 미칠 파장은 현재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매립 폐기물의 성상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성분과 관리 형태에 따라 향후 주변 환경과 주민에게 미칠 파장이다. 폐기물은 성상 즉 모양이 달라진다고 해서 성분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하수슬러지의 경우 그 성분이 매우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이 지니고 있는 위험성은 알기 쉽지 않다.

그 동안 익산시는 석산과 폐석산 관리만 놓고 보면 특혜의혹을 받을 만큼 관대했다. 주민들의 입장보다는 업체의 이익에 일방적으로 복무했다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황등, 함열, 낭산, 삼기 등 석산 주변의 주민들은 석산 채석에 따른 소음, 분진 등에 시달리고, 뒤이어 폐기물 매립에 따른 갈등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런 일이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환경을 파괴해 채석을 했으면 후속작업은 석산을 제대로 복구해 환경을 되살리는 일이어야 한다. 끝없는 탐욕으로 채석을 통해 이익을 챙기고 또다시 폐기물 매립으로 돈을 챙기는 일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하수슬러지와 같은 폐기물이 성상을 고형화한다고 해서 그 내용물의 성분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대부분의 폐기물을 매우 오랜 연구와 분석을 통해 최적의 안정화작업을 거친 후 처리한다 해도 그 후과를 알 수는 없다.

환경을 파괴해 경제적 이익을 얻었으면 폐석산을 친환경적으로 복구하는 것이 최소한의 양심을 보이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폐기물을 매립하며 큰소리를 치는 것은 반환경적이고 떳떳하지 못한 일이다.

그 동안 익산시의 행정은 반환경적이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일상적인 자잘한 환경문제는 관리에 노력을 다했다 할지 모르나 남은 음식물, 웅포골프장, 폐석산 처리, 공단 악취 등 기업의 이익이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반환경적이거나 철저하게 기업의 시녀 역할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런 익산시가 모처럼 폐기물을 이용한 폐석산 매립에 제동을 걸었다. 그 명분도 타당하다. 그 동안 폐석산 매립은 대부분 폐기물을 이용했다. 돈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동안의 석산 채석이 경제적 이익이 있기 때문이었고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폐석산에 또다시 폐기물을 매립하는 행위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

그 누구도 폐석산에 폐기물을 매립해 또다시 환경을 훼손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익산시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민원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환경과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는 반환경적인 사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익산시민의 환경권은 익산시가 보장해야 한다. 반환경적인 행정이었다는 그동안의 평가는 폐석산 매립 행정에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반환경에서 친환경으로의 전환 모멘텀은 인기가 아니라 원칙으로 풀어야 할 일이다.
인기행정이 아닌 원칙 행정, 그것이 익산시가 나아갈 유일한 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