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진흥원장

살다보면 상식과 이치에 맞지 않는 일로 씁쓸할 때가 많다. 대학원생 장학금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생만으로 한정한 익산사랑장학재단의 부당성을 지적 한 적이 있었건만 시정되지 않아 또 글을 쓴다. 익산사랑 장학재단에 대해 또다시 글을 쓰게 되는 필자도 안타깝다. 마음도 편치 않다. 익산사랑장학재단의 이사진 가운데 존경하는 분도 계시고 많은 고뇌를 하신 분도 계시리라 믿는다. 하지만 어렵게 공부하는 가난한 대학원생이 많음에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생만 특정해 장학금을 주는 부당함을 개선하지 않고 그대로 장학생을 선발한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사진의 고뇌가 깊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은 장학생 선발 이후 보도자료와 언론보도 때문에 더욱 그렇다. 보도에 따르면 “익산사랑 장학재단은 성적우수 장학생을 비롯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예·체·기능장학생 등을 선발했다”고 유독 강조했다. 본질과 문제점을 덮기 위한 보도자료라서 못내 불편하다.

더구나 장학생 선발과 경쟁률이 무슨 관계가 있기에 평균 경쟁률이 3.9:1이었다고 강조하는지 딱하기 그지없다. 원광대법학전문대학원생만 특정한 문제를 개선하지 않은 채 그 부당성을 외면하고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강조한 보도자료는 영 마음이 편치 않다

더구나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 장학금을 신청한 학생들인데 경쟁률이 3.9:1이었다고 보도자료를 내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모르겠다. 경쟁률이 높아서 장학생에 선발되지 못했으니 이해해 달라는 것인지, 경쟁률이 높은 것은 익산사랑장학재단에 그 만큼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부당성과 문제점을 지적하는 양심의 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익산사랑장학재단의 문제는 네 가지로 압축된다. 이사진 구성의 객관성, 투명성, 합리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생만 특정한 대학원 장학금 선발 기준의 부당성, 그리고 저소득층 학생들의 성적기준 등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익산사랑 장학재단이 안고 있는 인식의 문제다.

이의 해결을 위한 답안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간단하다. 익산사랑장학재단의 이사진을 객관적, 중립적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있는 대학의 관계자는 이사진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학생들의 정서나 가치관을 이해할 수 있는 젊은 이사나 심의위원이 전무한 것도 익산사랑장학재단이 안고 있는 인식의 문제와 직결된다. 안타깝게도 심의위원들은 특정학교와 이해관계가 없는 것처럼 구성했지만 외부의 지적을 전혀 수용하지 않아 이해당사자들의 뜻이 그대로 관철되었다. 심의위원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요즘 학생들은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경제적 도움이 된 것에 흡족해 하지만 과거처럼 감격하지 않는다. 장학금은 개인이 낸 것도 공적 자산이고 사회적 재화다. 그것은 시혜를 베푸는 것도 아니다. 관리하고 운영하는 사람이 생색낼 일도 아니다. 공공자산을 공정하게 관리·운영하고 장학이라는 뜻에 걸맞게 사용하면 된다. 상식이 지켜지고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유용하게 쓰이도록 하면 누가 탓할 사람도 없다.

대우탄금이란 말이 있다. 소귀에 거문고 타기란 뜻이다. 우리의 속담인 소귀에 경 읽기와 같의미로 쓰인다. 옛날 공명의라는 사람은 거문고를 잘 타는 명인이었다. 어느 날 공명의가 소가 있는 근처에 가서 아름다운 선율의 거문고를 탔는데 소는 천하명인의 거문고 소리는 감상하지 않고 무심히 풀만 뜯어먹고 있었다. 선곡에 문제가 있었는가 싶어 다른 곡을 연주했지만 소는 여전히 거문고 소리를 외면했다는 고사가 대우탄금이다.

다 아는 얘기지만 익산사랑장학재단은 익산시청 소유도 아니고 특정대학원 소속도 아니다. 공익재단이면 상식에 입각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하면 될 일이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지극히 쉬운 일이다. 올바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변화를 주는 것이 공익재단으로서 취할 태도다.

거듭 밝히지만 익산사랑장학재단을 보면 안타깝다. 필자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분도 이사진과 심의위원으로 계신다. 쓴 소리하는 것도 내겐 득 될 일이 없다. 쓴 소리 좋아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세상의 일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 가만히 있으면 내게는 득이 되겠지만 익산사랑장학재단에 집착하는 것은 학생들의 시선으로 볼 때 교육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학생 선발이 상식적, 객관적이면 교육은 그냥 절로 되는 것이다.

익산사랑장학재단은 변화해야 한다. 외부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쓴 약은 건강을 지키지만 단물은 사람을 병들게 하고 되레 사회의 짐이 된다. 쓴 소리를 달갑게 여기는 자세야 말로 성인의 경지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