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응도에는 바다를 가로막는 눈물의 깊이만큼 소리내어 철썩이는 파도의 슬픔이 흐른다 길게 누운 방파제를 두들기며 바다로 밀려간 옛추억을 되새기며 갈 수 없는 그 자리를 다시 그려보지만 무정한 그늘에 쌓인 회한의 통증 깊어갈 뿐 바다의 슬픔을 다 불러모아 통곡의 벽을 쌓아 올려도 아무런 대답 없이 밀려가는 나신裸身의 절망 비응도에 흐른다 바다를 떠민 사람들의 대지에 깃발이 펄럭이면 개선장군처럼 손을 흔드는 욕망의 파라다이스 바다를 지배하는 것은 허상에 들뜬 꿈들이 아니다 바다의 영역이 작아질 때 생명의 꿈들은 탄식한다 사람들은 비응도에서 승전가를 부르지만 바다는 슬픔을 다 불러모아 통곡의 벽을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