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계가 명나라 요동을 공격하기 위해 위화도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밤사이 갑자기 큰 비가 내려 강물이 넘치고 흙탕물이 병사들의 막사까지 스며들고 당장 먹을 물과 식량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이에 이성계는 조정에 상소를 올렸다. 사불가론(四不可論)이었다. 첫째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거스르는 일은 옳지 않으며, 둘째 농번기인 여름철에 군사를 동원하는 일은 부적당하고, 셋째 북쪽으로 군대를 총동원하는 일은 왜구에 대한 염려를 일으키며, 넷째 무덥고 비가 많이 오는 시기로 활의 아교가 녹아 쓸 수 없으며, 병사들의 전염병이 염려되므로 모든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어서 강을 건너가 요동을 치라」는 어명을 이성계의 옛 친구였던 박순이 전하니 이성계는 벌컥 화를 내며 그런 명령을 못 듣겠다는 서신을 써 박순에게 가지고 가라하였다. 박순은 죽을 각오를 하고 다시 이성계의 서신을 팔도통도사인 최영 장군에게 전하고 도망쳤다.

그 후 나라가 바뀌고 박순은 태종 때 승추부사가 되었다. 이때 태종은 전날 일을 생각하고 박순을 함흥차사(咸興差使)로 내려 보냈다. 이에 박순은 쥐도 자기 자식을 위한다는 비유로써 태조를 달랬으나 태조 이성계는 태종에 대한 노여움을 풀지는 않은 채 전날의 정의(情誼)를 생각하여 이전의 다른 사신들과는 달리 무사하게 돌려보냈다. 그러나 좌우에 있던 태조의 신하들은 그가 이곳의 실정을 낱낱이 본 이상 그를 죽여야만 한다고 하였다. 이에 박순이 왕흥강을 건너갔을 쯤에야 태조는 박순을 죽이러 사람을 보내며 만일 강을 건너갔다면 죽이지 말고 돌아오라 하였다. 태조가 생각하기로는 박순이 시일 상으로 이미 강(江)을 건넜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박순은 응당 건널만한 시일이 지났으나, 그간 병으로 도중에서 며칠 묵었기 때문에 이제 막 강을 건너고 있는 참이었다. 태조의 사신은 박순이 배에 오르는 차여서 반은 강에 있고 반은 배에 있었으므로(半在江中半在船) 그대로 죽여 버렸다.

몸의 반은 강에 있다는 말로서 지독히도 재수 없는 상황을 말하거나, 어떤 위험스런 상황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