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春秋時代 晉나라에 대신이었던 조천이 임금 靈公을 시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卿으로 있었던 趙循은 영공이 시해되기 며칠 전에 망명길에 올랐지만 국경을 넘기 직전에 영공이 시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왔다. 그런데 태사太史로 있던 童狐가 공식 기록에 「조순이 군주를 시해했다」라고 기록해 조정에 게시했다.

이를 본 조순이 사실이 아니라고 항의하자 동호가 대답했다.

"물론 당신이 직접 시해한 것도 아니고 사건 당시 도성 내에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사건 당시 아직 국경을 넘지 않았습니다. 또 돌아와서도 범인을 처형하지도 않았습니다. 당신이 경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못했으니 당신이 시해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조순은 길게 탄식하며 그대로 인정하고 말았다. 이를 두고 훗날에 공자는 말했다.
"동호는 훌륭한 사관이었으니, 사실을 기록함에 숨기는 것이 없었다. 또한 조순도 훌륭한 대부였으니, 법을 바로 잡기 위해 누명을 감수했다. 애석하구나, 그가 당시 국경을 넘었더라면 책임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동호지필이란 동호란 史官이 역사를 올곧게 기록했던 일에서 유래된 말로서, 기록을 맡은 이가 권세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실을 그대로 적거나 직필하여 역사에 남기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지금 이 나라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누구하나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도 책임을 묻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다.

동화나 조순 같은 사람은 정녕 이 나라에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