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민 유 성 무 공장으로 돌아오는 사장의 마차를 맞이하려고 노동자들이 멀리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마차가 도착하자 그들은 마차에서 말 네 마리를 풀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직접 마차를 끌고 공장으로 달렸다. 공장이 있는 마을 근처에 마차가 이르자 모든 사람들이 나와서 진정어린 감사의 환호를 보냈다. 영화 같은 이 이야기는 자본의 횡포가 극에 달했던 1800년대 초 영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영국의 공상적 사회주의자였던 로버트 오언(Robert Owen)였다. 그는 노동착취가 극심했던 산업혁명시대를 살면서, 노동자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존중함으로써 뛰어난 경영실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업가였다. 그 당시 노동자들의 근무태도는 형편없었다. 오언은 이 이유를 가혹한 노동착취에서 찾았다. 그는 인간의 품성이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었고, 노동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근로시간 단축, 휴업수당 지급, 아동의 노동 금지 및 유치원과 학교 교육 제공, 생필품의 저렴한 공급을 위한 생활용품 판매소 운영 등이 그가 실시한 복지정책들이었다. 그날 오언은 소송을 통하여 노동자에 대한 복지 투자를 반대하던 주주들의 지분을 매입하고 공장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본인의 업무성과를 측정하고 향상시키도록 함으로써 복지투자금액의 4배에 달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비록 노동자가 기업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사상 때문에 사회로부터 배척당했지만, 그는 노동조합과 협동조합 운동의 물꼬를 트고 실천에 앞장선 선각자였다. 자본의 횡포와 기술의 파괴력으로부터 경제적 약자가 살 길은 오직 서로 힘을 합하는 것뿐이라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그가 운영했던 생활용품 판매소는 ‘로치데일 소비자협동조합’보다 앞선 협동조합운동의 효시로 꼽히고 있다. 2012년 12월 1일은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날이다. 로버트 오언으로부터 유래된 지 거의 200년이 지나서, 간단한 요건만 갖추면 관 주도에서 벗어나서 민간도 적은 인원과 자본으로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협동조합기본법의 의의를 찾아보기에 앞서 구미와 일본 등 협동조합 역사가 긴 선진제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협동조합은 대개 경제적 약자들이 협력하여서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경우 출자액 규모에 따른 조합원간 의결권 차이가 없다. 1인 1표의 의결권을 갖는다. 자본이 지배하는 구조가 아닌 협동조합의 민주적 운영방식은 조합원들의 참여와 소통을 촉진시킴으로써 자원과 아이디어의 창의적인 결합을 만들어 낸다. 조합원들은 소기의 목적을 추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문제 해결을 지향하게 된다. 또 협동조합들끼리 모여서 경쟁력을 향상시키기도 하는 등 상황에 적응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경제적 공동체인 동시에 정치적·사회적·문화적 공동체로서 민간이 사회변혁을 이끌어갈 수 있는 성격을 갖고 있다. 세계 각국과 같이 우리나라도 신자유주의와 기술발전 등으로 인한 부익부빈익빈과 고용 없는 성장 등의 사회적 불안요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본과 기술이 지배하는 무한경쟁의 경제구조에서, 자본과 기술로 무장한 대기업들이 골목상권까지 싹쓸이 하는 상황에서, 보통사람들이 설 자리가 점차 작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협동조합은 풀뿌리 경제주체들이 상부상조를 통하여 서민경제를 살림으로써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사회적경제의 중핵이 될 수 있다. 협동조합을 통하여 경제적 약자들은 일자리와 경제영역을 확보함과 동시에 경제민주화를 촉구하는 정치적 세력을 규합할 수 있다. 나는 협동조합기본법의 의의를 여기서 찾는다. 협동조합의 활동영역과 규모는 매우 다양하다. 미국의 AP통신과 썬키스트 그로워즈社, 스페인의 FC바로셀로나는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의 천국이라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에는 신자유주의가 만든 포화(砲火) 속에서도 크고 작은 규모의 협동조합이 다양한 영역에서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참여와 건전한 상상력만 뒷받침되면 농업, 제조업, 금융업, 유통업, 공동소비 등을 뛰어넘어서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사회의 급속한 변화에 법과 제도가 따라가기에 급급한 현실에서, 협동조합은 시대적 필요에 빠르고 효율적이면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로버트 오언의 혁신적인 사상은 사람을 자본에 종속시키는 당시의 약탈적 경제시스템에 대한 저항, 즉 인간을 경제의 중심에 놓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기존 경제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경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 우리는 오언과 다르게 협동조합기본법을 가지고 있다. 이제 우리의 관심과 참여가 문제다. 협동조합의 첫 번째 정신은 자조(自助)다. 민초들이 먼저 모이고 협력하면서 가시적 성과를 바탕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천하에 다시없는 법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