喪家拘. 상갓집개 이 말은 죄송하지만 공자님을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큰 슬픔에 빠져 조문객 받기에도 손이 모자라는데 개까지 신경 쓸 여유가 있겠는가?

공자님은 73세의 일기를 끝으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고향인 노魯나라를 떠나 14년 동안 위衛, 조曹, 송宋, 광匡, 정, 진, 채, 섭, 초, 제 등 여러나라를 주유하였지만, 어느 나라에도 머물지 못하고 고향에 돌아와 후학 양성에 힘을 쏟으셨다. 정치에 뜻을 두고 있었으나, 긴 시간 동안 떠돌아 다녔다면 실패한 것이다.

실패하면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이전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운이 좋아 한번에 성공하면 자신의 능력이 대단한 것처럼 우쭐해지지만,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자신에게 닥치는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하게 된다.

성공한 사람이 천재적인 직관에 의해서 쓴 책은 재기발랄하지만, 깊은 맛이 배어있지 않다. 「논어」는 공자의 오래된 패배. 거듭된 실패를 삭이고 삭여서 분노조차 일지 않는 담담한 상황에서 쓴 글이기 때문에 씹을수록 맛이 내러워진다. 그래서 「논어」에는 울림이 있다.

공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꿈, 사람은 배움을 통해서 끊임없이 바뀔 수 있다는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전쟁보다는 평화의 공동체를 일구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논어」의 첫 잘 학이學而편을 보자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학문을 닦는 것, 그리고 실천을 통해 학문이 몸에 배게 되니 이야말로 다시없는 기쁨이 아닌가. 벗들이 생겨 멀리서 스스로 찾아오니 이야말로 다시없는 즐거움이 아닌가. 남이 나를 알아주든 말든 원망치 않고 학문에만 전념하니 이야말로 군자의 자세가 아닌가.

「논어」가 현대에 와서 동양의 가장 위대한 고전으로 남은 것은 인간존중, 인간 본위의 입장을 공자가 말한 데에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