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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黃金律의 도시 익산을 만들자

익산시민 유 성 무

다음의 말을 한 사람은 누구인가? ①남에게 조건 없이 베풀어라 ②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라 ③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 ④너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으로부터 피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도록 해라. 답은 ①부처 ②공자 ③예수 ④에픽테토스(그리스 철학자)다. 이 사람들의 생몰년대순으로 말을 나열했는데,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서 표현만 조금 다를 뿐 모두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

재미있지 않은가?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성현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을 모두 똑같이 말했다. 그것도 초등학생들조차 알고 있는 당연한 말들을 했다. 이 중 예수의 말을 로마제국의 세베루스 황제가 황금 글자로 만들어서 벽에 붙이고 늘 봤던 모양이다. 여기에서 황금률(golden rule)이라는 표현이 유래됐다고도 하는데, 아무튼 위 네 가지 황금률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정서인 것 같다. 즉 상호존중이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준거기준이란 말이다.

성현들이 왜 이처럼 당연한 말을 이구동성으로 했는지 생각해보자. 아마도 황금률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만 실천이 정말 어렵기 때문인 것 같다. 왜 황금률의 실천이 그토록 어려울까? 그 이유를 보기에 앞서 거의 모든 문화권을 관통하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을 보자. ‘가는 말’이 고와야 한다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 ‘오는 말’이 곱다는 구조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내가 먼저 고운 말을 해야 다른 사람도 나에게 고운 말을 한다는 것이 인간의 도덕적 논리구조인 모양이다. 마치 물리법칙 중 작용-반작용의 법칙과 같다.

다시 네 개의 황금률들을 보자. 황금률의 문구들은 뒤쪽에 ‘그러면 너도 그와 같이 될 것이다’는 말이 생략된 명제라고 할 수 있다. 즉 황금률은 ‘나쁜 것은 내가 먼저’ 또는 ‘좋은 네가 먼저’라는 필요조건으로 이뤄져있다. 이 필요조건은 솔선수범과 배려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조금 생각해보면 솔선수범과 배려는 선순환을 통하여 결국 평형상태를 만드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형님 먼저, 아우 먼저’를 반복하면 공평한 상태가 되는 것처럼. 실제로 솔선수범과 배려를 통한 공평성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서 효용의 합을 더 크게 한다. 그런데 인간의 속성상 ‘내가 먼저’가 어렵다. ‘네가 먼저’부터 요구하니, 황금률의 실천이 그토록 어렵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성현들은 할 말도 많았을 텐데 이처럼 당연한 말을 강조한 것이 아닐까?

인간이 얼마나 공평함을 좋아하는지 연구한 사례가 많다. 두 사람에게 10개를 주고 서로 나눠가질 몫을 합의하지 못하면 아무도 얻을 수 없다고 기준을 정한 후 나눠가지라고 했다. 거의 모든 문화권 하다못해 원시생활을 하는 부족들까지 서로가 절반에 가깝게 나누지 않으면, 차라리 아무도 얻지 못하는 쪽을 택하는 성향이 강했다. 오히려 처음에 한 쪽이 크게 양보하면, 다른 쪽에서 공평하게 나누려고 하는 성향을 보였다. 불공평을 참지 못하고,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판단기준으로 오히려 공평성을 강제하는 인간의 단면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공평성을 만드는 리더십에 대하여 말하기 위해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정신적·물질적 이해관계의 충돌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는 갈등의 정도가 지나치다. 갈등은 ‘좋은 것은 나부터’ 또는 ‘나쁜 것은 너부터’라는 것에서 시작된다. 갈등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만들고 전체의 효용을 잠식한다. 이는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는 법이나 규정이 아닌 황금률로만 근본적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는 아쉽게도 황금률을 사회 전반에 정착시킬 리더십이 부족하다.

현대 민주사회에서 리더십은 그 속성상 도덕성과 능력을 겸비한 리더의 헌신이 있을 때만 하향식으로 확산될 수 있다. 그런데 그동안 보여준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을 볼 때, 황금률을 뿌리내리게 할 리더십을 그들에게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것과 같다. 현대사회는 고도로 네트워크화 되어있다. 그래서 한 지역에서 황금률이 뿌리내릴 조짐만 보여도 순식간에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어서,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상향적 리더십으로 형성될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지역에서 국가개조를 근본적으로 이룰 리더십을 찾는 것이 빠를 수도 있다.

나는 갈등의 도시였던 익산이 ‘황금률의 도시’로 변모해서 우리나라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맞이했다고 본다. 왜냐하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다른 표현인 시민의식이 깨어났으며, 역대 시장 중 이해관계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박경철이 시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시장이 앞장서서 솔선수범과 배려를 실천하면서 시민들의 이해관계를 공평하게 조정해나가면 머지않아 익산에 황금률이 뿌리내릴 것이다. 이것이 6.4 시민혁명의 목적이고 박경철의 사명이다. 이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