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예총 익산시회장

김영규

여러 날 동안 삼십사·오도를 오르내렸던 찌는 듯한 삼복더위는 소나기 후 사라졌다. 입추와 말복을 지나 처서가 눈앞이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시작되면 도·농 복합도시인 우리고장은 황금벌판으로 변한다.

더욱이나 봄꽃처럼 앙증맞지도 않으면서 여름꽃처럼 화려하지도 않는 고고한 기품이 넘쳐나는 가을꽃 천만송이의 국화가 축제와 더불어 우리에게 행복을 더해준다.

산국, 감국, 구절초, 쑥부쟁이, 개미취 등 통틀어 들국화라고 하지만 여기에 인공을 가미하여 재배한 다양한 국화는 그 종류가 수천종이 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미(美·아름다움)는 자연의 미와 인공의 미로 구분하는데 최고의 미는 자연미와 인공의 미가 적절하게 어울어진 경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와 같이 아름답고 향기가 나는 밝고 깨끗한 양지의 우리 사회가 있는가 하면 어둡고 악취가 나는 부정적인 음지가 있으니 안타깝다.

묻지마식 흉기난동, 성폭력, 납치 아동청소년 범죄, 고소 고발 등 입에 담기도 창피한 사건들이 잇따르며 시민들의 불안도 커져만 가고 있으니- 경쟁사회의 스트레스와 자신의 불만 등을 사회 탓, 남의 탓으로 여기며 주변과 소통이 전혀 없이 불만의 화살을 가까운 이웃, 직장동료, 친구에게 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공통된 배경은 그들이 삶에 흥미를 잃은 채 지극히 소외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을 가둬놓은 마음의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예방주사는 군중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최근 예술을 통하여 공동체를 회복하고 소통하는 삶을 만들어 가는 작지만 의미가 충만한 움직임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미 2년여가 지나고 있지만 생활문화예술 동호회가 주관하는 어울마당과 동아리 활동이다. 각기 다른 연령층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동아리로 뭉쳐 생활 속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여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먹고 살기에 바빠 외면했던 이웃을 알아보고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하다고들 말한다.

예술의 거리가 조성되어 예술가는 물론 일반시민, 청소년, 단체, 실버단체, 어린이모임 자활센터 등이 참여하여 공연과 연주, 전시 행사를 열고 예술장터인 아트마켓과 도깨비 공연들이 열려 서로를 이해하고 힐링하며 어둡고 낙후된 거리에 밝고 아름다운 빛을 선사하고 있다.

이웃과 동료와의 소통이 단절된 현대의 복잡한 생활에서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할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는 바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끈이 되어 준다는 것이다.

예술을 통하여 내면을 충만하게 정화하고 인간적인 감수성을 회복할 때만이 주변이 보이고 인정과 사랑으로 서로 손을 내밀 수 있는 여유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농사짓던 두레가 음악두레로 살아나고 함께 공부하는 두레가 미술두레로 이어지고 노인들의 사랑반이 연극사랑반으로 되살아나는 것이야 말로 외톨이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서로가 어우러져 문화예술을 공유하고 나누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예술적 울림이 나눔을 통하여 위에서 아래로, 더 아래 지하로, 사회의 가장 깊고 어두운 구석까지 이어져야만 한다.

그것이 곧 각종 범죄예방의 지름길이며 소통하고 서로 아끼고 이해하는, 희망이 충만한 익산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