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민 유 성 무
언론보도를 보니까 익산시와 익산시의회가 행정자료 제출을 놓고 또 다시 충돌하는 양상이다. 시의회가 행정사무감사와 관련해서 익산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고소 및 고발 현황 등 10여 종의 자료를 익산시에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상당한 기간이 지났는데도 익산시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지 못한 모양이다. 익산시의 자료제출 불응은 재론의 여지도 없이 잘못된 행위다. 익산시와 시의회의 존립근거는 시민이다. 시민이 익산시에 집행권을 위임했듯이 의회에도 익산시를 견제할 권한을 위임했다. 따라서 익산시는 시의회의 정당한 견제행위인 행정사무감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료제출 요구에 불응하는 것은 행정사무감사를 무력화(無力化)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닐 수 없다. 시민을 무시하겠다는 행위다. 기사에 의하면, 시의회가 특히 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대한 세부적 검증을 하려는 것 같다. 어느 시의원은 업무추진비 불법집행 여부 확인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행정사무감사 자료제출 불응에 대한 익산시의 입장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업무처리과정의 오류로 자료제출이 지연됐다는 것이다. 업무추진비 집행내역 공개에 대해서는 한술 더 뜬다. 정해진 지침과 양식이 없어서 기존 관행대로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익산시와 시의회가 자료제출 문제로 충돌한 것이 처음이 아닌 것 같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시의회는 정당한 근거를 들어서 익산시에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익산시는 시의회에 해당 자료를 제출하면 된다. 익산시는 시의회가 요구한 자료가 법적 근거에 의해서 공개될 수 없거나 부당할 경우에는 그 사유를 소명하면 끝날 일이다. 이렇게 단순한 문제를 놓고 번번이 부딪히는 것은 일방 또는 쌍방에 법률적 이해능력은 물론 소통에 대한 의지와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방증한다. 나는 기사를 보고 익산시와 시의회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익산시의 경우 정기적으로 시장 업무추진비를 몇 개 항목으로 묶어서 개략적으로 공개하고 있었다. 반면 시의회의 정기적인 업무추진비 공개내용은 없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시의회도 시민의 세금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하고 있을 텐데 자신들은 내역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업무추진비 검증만 외치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주간소통신문이 소개했던 이재명 시장이 이끄는 성남시가 국민권익위원회의 ‘2014 부패방지 시책 평가’에서 인구 50만 이상인 전국 24개 기초자치단체 중 최우수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성남시가 공직사회 청렴화를 통한 신뢰구축으로 행정효율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성남시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각 부서별 업무추진비 사용내역까지 매월 상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왜 성남시는 집행부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등을 철저하게 공개하고 있을까? 익산시 관계자의 말처럼 ‘정해진 지침과 양식’이 없다는데도 말이다. 어느 인터뷰에서 이재명 시장은 선제적으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지역의 이익을 증대시킨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보의 공유를 통해 공직사회의 비리 소지를 최소화시키고, 민관 소통촉진으로 시민의 시정참여를 활성화시킴과 동시에 행정행위에 대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시정의 효율성과 일관성이 담보되기 때문에 법률상 비밀을 요하지 않는 정보는 최대한 공개하고 있다고 했다. 굳이 앞서가는 지자체 사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익산시는 지금이라도 당장 시의회가 요구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나가서 선제적으로 주요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혁신의 시작이다. 투명한 정보공개에 따른 비판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30만 도시의 행정을 담당하다 보면 잘못된 일을 저지를 개연성도 있다.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반복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지면 된다. 의회의 견제와 감시는 행정권을 행사하는 집행부가 짊어져야 할 숙명이다. 집행부는 시민들과 의회의 견제와 감시를 통해서만 더 깨끗해지고 단단해진다. 견제와 감시를 피하려는 집행부는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 그런 집행부가 시민을 위해서 무엇인들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더 이상 이렇게 비상식적인 사건으로 지역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익산시의 맹성을 촉구한다. 나가서 익산시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명하고 능동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민과 의회의 손을 잡고 지역발전을 고민하는 협치(協治)의 장을 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