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주 이리자선원 원장

아침에 날이 새고 밤이 오면 날이 지고, 바닷물이 밀려왔다 밀려가고, 사계절이 지나면 또다시 봄이 오듯이 천지자연의 쉼 없는 정성의 힘으로 우리는 거기에 의지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천지자연의 정성스러운 길은 신비하기만 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영원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므로 옛 성현들은 인간만사의 성공을 ‘정성’이라는 표현을 빌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늘 작심삼일에 빠지곤 한다. 무언가 해보고 싶은 원은 많으나 그 원이 이루어질 때까지 지속하지 못한다. 운동선수들이 발전을 하여 가다가 어는 순간 슬럼프에 빠져 그 운동을 그만둔 예는 허다하다.

옛날 중국의 동한(東漢) 시대에 악양자(樂羊子)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가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우연찮게 금화가 가득 들어 있는 보따리를 줍게 되었는데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 아내에게 보따리를 내밀며 이제 부자가 되었다고 자랑을 했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예로부터 대인은 아무리 목이 말라도 도천(盜泉)의 물을 마시지 않고, 심하게 허기가 져도 예의를 갖추지 않는 음식은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내력도 알 수 없는 보따리를 주워오셨습니까?”

아내의 꾸짖음에 부끄러움을 느낀 악양자는 곧바로 그 금화가 든 보따리를 주워온 장소에 도로 가져다 놓았다. 그 후 악양자는 학덕이 높은 스승을 찾아 학문을 깨우치기 위해 아내를 두고 멀리 집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아내가 보고 싶어서 떠난 지 일 년 만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고 그만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마침 아내는 베틀에 앉아 열심히 베를 짜고 있는 중이었다.

“공부는 모두 마치셨는지요.”

아내의 말에 악양자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아직 다 마치지 못했소. 당신 생각이 간절해서 이렇게 돌아왔소. 여보, 보고 싶었소.”

악양자의 말을 들은 아내는 갑자기 베틀에서 짜던 베를 가위로 싹둑 잘라버렸다. 놀란 악양자가 아내에게 물었다.

“아니 여보, 애써 짠 베를 가위로 잘라버리시오?”

아내는 악양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학업을 중도에서 포기하는 것이나 베를 반쯤 짜다 잘라버린 것이나 도중에 그만두기는 매한가진데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이 이야기는 무슨 일이든지 열정을 가지고 끝까지 밀고 나가라는 뜻이다. 중도에 그만두고 포기한다면 인생에서 이룰 일은 아무것도 없다.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그 성취감은 큰 것이다.

우리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도 중도에 포기하는 예가 허다하다. 실수를 할지라도 그것을 전감 삼아 미래를 더욱 개척하라 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 일을 잘 해보려는 성의가 계속되다가도 중간에 혹 한 두 번 실수를 하고 보면 그만 본래 마음을 다 풀어 버리고 되는 대로 하는 수가 있을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도 실수를 피할 수는 없다. 다만 그 실수를 깨달을 정도로 충분히 깨어나 있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하여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소진(蘇秦:중국 전국시대의 책사로 종횡가의 한 사람)은 정략과 정책을 코치하던 천하를 주름잡은 달변가였지만 어린 시절에는 오랜 시간을 말 때문에 고생을 하고 고민을 많이 했다. 하루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단상으로 올라가서 “나는 공자를 본보기로 하여 열심히 공부하고자 한다” 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엉뚱하게도 “공자는 나를 본보기로 삼고 싶어 한다”로 내뱉고 말았다. 쥐구멍이라도 찾아 숨고 싶을 정도로 창피했던 그날 이후로 이상하게도 소진에게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체면이 이제 구겨질 대로 다 구겨졌는데 더 이상 겁날게 뭐가 있나”라고 생각하니 많은 사람들 앞에서도 그냥 말이 술술 나오는 것이 아닌가. 결국 소진은 이때 했던 큰 실수로 인해 중국 천하를 주릅 잡는 대 달변가가 되었다.

인간은 실수도 저지르며 잘못하기도 하고 자기 행위에 대해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시지프스 신화에서 보여 준 시지프스처럼 다시 새로이 시작하며 최선을 다해 애쓰는 그러한 모습이 인간다운 모습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지자연의 정성스러움을 본받아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에 몇 가지 성찰이 있어야겠다.

첫째는 스스로 하는 일이 자신의 장래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를 먼저 깊이 깨달아야 한다.

둘째는 모든 일에 정성심이 나지 않고 중도에 포기하려는 마음이 있을 때는 천지자연의 정성스러움을 생각하여 늘 거짓 없고 한결같은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셋째는 늘 마음에 원력을 크게 세우고, 큰 믿음과 큰 분발심과 큰 의심이 항상 간절하게 있어야 한다.

넷째는 우리의 마음에 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식물이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틈새가 없어 시일이 지남에 따라 성장하듯이 우리들의 마음에도 틈새가 없어야 정성이 지속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