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사람들

복된 인생

(사)삼동인터내셔널 이사장
익산시 사회복지협의회장

김영주

‘하늘은 짓지 않는 복을 내리지 않는다’ 했다. 이 말은 복은 반드시 지어야 받는다는 말이다. 요행이란 없는 것이다. 우리가 ‘행운’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지만, 이 행운도 자신이 지어서 받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나에게 오는 복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그 복을 잘 사용하여야만 복을 더 크게 받을 수도 있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복은 달아나 버리고, 잘 사용하지 못한 복은 오히려 재앙을 불러오는 수가 있다.

우화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어느 화창한 봄날, 개 한 마리가 재수 좋게 고기 한 덩어리를 얻었다. 기분이 좋은 개는 그 자리에서 먹으려다가 혹시 다른 개가 와서 빼앗기라도 하면 큰일이라 생각하고 집에 가져가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입에 문 고기에서는 맛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목구멍에서는 군침이 나고 배에서는 어서 먹으라고 재촉한다. 신이 나서 부지런히 뛰어가던 개는 동네 앞 개울에 놓인 다리를 건너다가 멈춰 섰다.

조용히 흐르는 개울물에 무엇인가 어른거리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자세히 들여다본 개는 깜짝 놀랐다. 다리 아래에 자신과 같은 개 한 마리가 커다란 고깃덩이를 물고 저를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물고 있는 고기보다 더 크고 맛있게 보였다. 가만히 다리 밑을 보고 있노라니 다리 아래 개가 물고 있는 고기를 빼앗고 싶은 욕심이 생겨났다. ‘옳지! 저것까지 내가 갖게 된다면 한동안 배불리 고기를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이 발동한 개는 곧바로 눈을 커다랗게 부릅뜨고 다리 아래를 향해서 큰 소리로 컹컹 짖었다. ‘좋은 말로 할 때, 그 고기를 이리 내놔!’ 그러자 물에서 풍덩 소리가 났다. 풍덩 소리와 함께 물에 있던 개가 우글쭈글한 괴상한 꼴이 되더니 이윽고 다시 제 얼굴이 되었다. 욕심 많은 개는 그제야 자기가 물고 있던 고깃덩이가 물에 떨어진 것을 깨달았다. '앗! 이를 어쩌나?' 한 입도 떼어먹지 않은 그 큰 고깃덩이를 송두리째 물에 빠뜨렸으니 참으로 죽을 맛이었다.

욕심 많은 개는 화가 나서 다리 아래 개를 바라보며 소리를 쳤다. '이놈아. 그 고기 이리 내놔!' 그러자 다리 아래 있는 개도 고깃덩어리를 물지 않은 빈 입으로 자기를 노려보며 짖고 있었다. 아! 그제야 그것이 제 그림자인 줄 알게 된 욕심 많은 개는 울고 싶은 마음으로 다리를 건너야 했다. '내가 가진 것만 먹어도 배가 부를 텐데 괜히 헛된 욕심을 부리다가 입에 물고 있던 내 고기까지 잃어버렸구나!' 어리석고 욕심 사나운 개는 탄식을 하며 힘없는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이 우화에 담긴 의미는 자신의 분수에 만족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우리는 과한 욕심이 우리의 이성과 지혜를 마비시켜 이미 받은 복을 모르고 살아가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미 받은 복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데 ‘조금만 더’라는 욕심에 그것을 다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위의 우화는 자신에게 이미 와 있는 복을 모르거나 감사하지 않으면 그 복은 달아난다는 깨우침을 주는 이야기이다.

복도 종류가 많다. 낚시하는 분들은 고기가 잘 물면 어복이 있다 하고, 돈이 잘 벌리면 재물복, 아내를 잘 만나면 아내 복, 좋은 자리에 오르면 관운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되는 게 있다. 제아무리 운이 좋고 복이 많이 따른다고 하더라도 준비되지 않은 사람,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있어 복은 오히려 재앙이 되고 불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러므로 참된 복이란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대박이 될 것이고. 받은 복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에게는 기쁨이요, 행복이다.

복(福)자를 파자해 보면 볼 시(示) 변에다가 제일 위에 한 일(一)하고 이어서 입구(口)가 있고 그 밑에 밭 전(田)자를 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하나의 입을 먹이는 밭이 눈에 보이면 이것은 복 있는 자’라는 뜻이다. 그래서 문전옥답이라고 한다. 집의 문 앞에 이런 밭을 두고 사는 사람은 복이 있다는 뜻이다.

복 있는 인생이란 어떤 인생일까? 나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사는 인생이다.
욕심 많은 개 이야기에서도 보면 개는 자신에게 주어진 복을 몰랐다. 감사하는 마음, 은혜를 아는 인생에는 그 처지에 만족할 줄 알고 원망은 없다.

‘원망하는 사람은 미물(微物)에게서도 해독을 입고 감사 생활만 하는 이는 미물에게서도 은혜를 받는다’ 하였다. 얼마의 돈과 재산을 가진 것이 복이 아니라 은혜를 발견하고 감사 생활로 주어진 일터에서 바르고 정직하게 일하는 사람이 복 있는 인생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먹어도 맛있게 먹고 잠을 자도 달게 잔다. 이것이 은혜요 행복이다.

서옹스님이 탁발을 할 때 일이다. 다리 밑 거지소굴을 찾아가 목탁을 치며 보시를 하라고 했다. 거지 왕초는 혼잣말로 ‘별 거지 같은 스님 처음 보겠다’ 며 볼멘소리를 하자 스님은 벽력같이 소리 질렀다.

“그래. 자손 대대로 거지꼴로 보낼 텐가?” 왕초는 기가 죽어 먹던 밥 한 덩이를 바랑에 넣어주었다. 이렇게 스님은 거지 가족을 위해 축원을 해주고 돌아섰다는 얘기가 있다. 결국 짓지 않은 복은 받을 수 없다는 얘기가 아닐까.

이렇듯 복은 짓고 볼 일이다. 설사 당대에 복을 받지 못하더라도 내생에나 내 자손들이 대대로 복을 받는 것이다. 하늘은 짓지 아니한 복을 내리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은 짓지 아니한 죄는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원은 크게 세우고 공(功)은 작은 데부터 쌓아야 할 것이다. 또 대우에는 괘념치 말고 공덕 짓기에 힘을 쓰면 큰 공과 큰 대우가 돌아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복된 인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