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방역의 방법으로 시작됐던 익산 예술인들의 생활이 벌써 2년이란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와 같이 더불어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다. 더욱이 코로나와 대응하면서, 예술계의 활성화를 앞당길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건강하고 안전하게 예술인들의 생활을 좀 더 윤택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하루의 일과처럼 되어버렸다.

오늘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은 모든 행사가 취소되는 것보다는 잦은 변경이 문제다. 행사나 강의, 전시 최소는 물론, 여전한 확진자 증가와 사회적 거리두기에 더해지는 일정들이 취소되어 많은 예술계의 종사자들이 실직이나 휴직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나 우리를 열받게 하는 것은 지역행사에 외부의 전문가, 일인자 등의 등장이다. 언제까지 계속될까? 마연하게 생각만 하는 에너지 소모를 그만 멈추고 이젠 모든 분야에서 전면전으로 나서야 한다.
지역의 2급 전문가를 찾아내고, 대우하며 3류 예술인에게 1류가 되도록 기회와 용기를 주어야 한다.

반대로 지역에 기반을 두고 안주하는 우리 예술인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우리 사회는 민주 사회이고 평등 사회이지만 너무나도 살벌한 경쟁 사회이고 최고만을 지향하는, 1등만을 인정하고 위해주는 사회임을 알아야 한다.
“배짱으로 삽시다”라는 이시영 박사의 저서는 1980년대 초반에 출간해서 3년 동안 베스트 셀러에 올라 40여 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꾸준히 팔리고 있는 대단한 스테디셀러다. 주된 내용은 한국인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소심함과 열등감, 체면의식을 지목하고 배짱으로 이를 물리치는 이야기다.

한국인의 무의식 밑바닥에는 정말 두둑한 배짱이 있나 보다.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은 무모한 도전을 의미하기에 그리 좋은 말은 아닌 듯하지만 무모하고 엉뚱함보다는 과감하고 도전적 배짱이라는 긍정적 의미로 해석, 공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지기, 모 아니면 도, 달걀로 바위 치기 등, 한국인의 이러한 배짱은 남들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임에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7전 8기의 의지로 해냈다.
넓은 땅이나 풍부한 자원이 없는, 가진 것이라고는 맨주먹뿐이어서 잃을 것도 없었으며 두둑한 배짱만이 살길이었으리라.

1등만을 위해주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불평하면서도 1등 한국을, 지역을 만드는 원동력은 곳곳에 있으니 한국인 특유의 섬세함이 그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우리가 최고인 분야는 극도의 섬세함을 요구하는 분야가 대부분이다. 정교하고 깔끔함을 요하는 외과 성형수술은 한국 의사들을 따라올 나라가 없다고 한다. 일찍이 한국에서 조선업이 발달한 것도 정밀한 용접 기술에 기인하며, 충돌한 배가 바다에 떠있는 상태에서 용접하는 특수 기술은 한국이 독보적이다. 올림픽에서 확실한 금메달 종목은 양궁이니 그 종목은 역시 지극히 섬세함을 요구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1,400여 년 전의 백제 금속기술을 이어받은 우리 지역의 보석 가공기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최고, 머리카락 5,000분의 1 크기의 회로 등, 세계 최초는 미국이나 중국 등이겠으나 세계 최초는 역시 한국이 아닌가 한다.

한국인 특유의 섬세, 정밀함의 근원으로 젓가락 문화를 이야기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도 말하기를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 21세기 정밀화 시대를 지배할 것”이라고 했다. 젓가락질을 할 때는 64개의 근육과 30개의 관절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니 - 손재주가 섬세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일본도 젓가락을 쓰지만 그들은 굵은 나무젓가락을 사용한다. 가늘고 미끄러운 쇠젓가락으로 둥글고 아주 작은 콩을 집고, 김치를 찢고, 김을 낱장으로 분리하는 능력의 사람은 오직 한국인 뿐이 아닌가 한다.

2020 도쿄 올림픽을 보면서 금메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음을 느꼈지만 아직도 우리는 최고를 원하고 인정한다. 그러나 타인의 최고에 대하여는 냉정하다. 타인의 성공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심리는 타인의 우월과 성취, 소유를 의식하면서 느끼는 열등감과 분노로 인한 질투심에서 기인한다. 반대로 상대방의 불행에는 보상감을 느낀다. 어릴 때부터 경쟁만을 중요시하는 교육환경에서 자란 젊은 세대들에게 이와 같은 성향은 더욱 뚜렷하다.
이제는 1등도 최고도 되고 싶어 하는 지역의 2, 3등, 2류 전문가, 3류 예술가도 인정해주어야 한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최고가 되고 싶어 하는 최하도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 그리고 타인의, 타지역의 최고에 박수를, 타인의 성공에 축하를 보낼 수 있는 우리 익산의 문화 예술인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