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179, 사망자 27, 격리자 3103, 격리해제자 11210, 퇴원자 67 (6. 24 9시 기준)
메르스 현황판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건강 걱정으로 보는 것이기도 하지만, 의료인으로서 당연히 관심이 간다. 그 동안 나는 칼럼을 쓰면서 대부분 시민이나 시민단체의 대표로서의 입장에서 글을 써 왔다. 그러나 이번은 메르스 사태를 보는 한 의료인으로서 써 볼까 한다.
위 현황판을 보면 이제 조금씩 메르스가 진정되어가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사실이다. 격리자 발생 수보다 격리해제자 수가 많아지고 있으며 퇴원자의 수가 늘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6월말까지는 아니 7월 중순 정도까지는 계속적으로 확진 환자나 사망자, 격리자가 발생할 것이며 지역적으로도 간헐적으로 이곳 저곳에서 발생할 것이다. 아니 경로를 확신할 수 없는 다양한 확진자가 발생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국면을 예상해 보는 것은 격리와 차단을 통해 확산정도가 충분히 감소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인데, 이는 메르스의 지역감염력이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약하기 때문이다. 반면, 예측하지 못한 즉 경로가 불명확한 확진자가 계속 생기는 것은 메르스라는 질병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왜, 메르스가 이렇게 크게 번졌는가?” 그 이유를 찾는다면 단 하나라고 본다. 보건당국이나 의료전문가들이 메르스를 너무 몰랐다. 중동에서 메르스가 있었을 때 이미 우리도 2년전에 대책팀이 꾸려졌지만 막상 환자가 들어 왔을 때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의료전문가 조차도 메르스가 뭔지 몰랐다. 1-2m의 밀접접촉에 의해 발생되는 전염병으로 절대 3차 감염은 없다고만 생각했다. 지금 보면 너무도 엉터리 지식이자 정보이다. 중동의 예가 있었지만 중동은 오히려 부정확한 정보만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했다.
사실, 지금도 완벽하게 파악했다고 볼 수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감염의 확산을 막을 정도의 상태로 접어든 것은 사실이다. 격리와 차단만 잘 하면 급격한 증가세는 막을 수 있는 질병이라는 것을 안 것이다. 이는 내 개인적인 말이 아니라 WHO의 의견이다. 한국 정부가 초기 대응엔 실수가 있었으나 곧 세계 최강 수준의 대응을 하고 있다고 높게 평가하였으며 ‘국제적 보건 위기’로 보지 않으므로 여행·무역을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전문적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 학생들의 휴업 등도 풀 것을 권고했다.
그럼에도 아직도 일부 언론에서는 “방역망 밖 환자 속출”, “확산 vs 진정 또 갈림길”, “지휘체계 붕괴 우려”, “지역감염 살아있는 복병” 등으로 메르스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메르스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병원에서만 감염되고 가족감염이나 밀접접촉감염이 전혀 없을 수 없다. 지역감염도 알게 모르게 일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독감이나 감기와 같은 지역감염은 없다는 것이다.(변이되지 않는다면) 또한, 치사율 40%라는 것도 완전히 잘못된 정보이다. 이를 검증하지 않고 언론에서 마구 뿌려댄 것도 문제였다. 사실상 사망자를 확인해 보면 이미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기에 진짜 메르스에 사망한 것인지, 기저질환에 의한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무엇보다도 ‘메르스 공포’의 문제를 경제적 활동의 위축으로 본다. 조심하고 예방하고 하는 것은 좋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공포를 너무 조장한 나머지 여행도 취소하고 만남도 취소하고 지하철에서 기침만 해도 쳐다보고……. 이렇게 되면 경제가 어려워지고 가장 고통 받는 사람은 역시 사회의 어려운 층이다. 하루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 빚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이 그 타켓이 된다.
사람들은 잘 모른다. 메르스는 사실 그리 무서운 전염병이 아니라는 것을! 올해 초 홍콩에서는 독감으로 500명이 죽었고 다시 6월 중순에 유행하여 1주일만에 16명이 사망했다. 인도에서는 올해 신종플루로 900명 정도가 사망했다. 이 뿐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폐렴으로 해마다 1만명 정도가 죽고, 결핵으로는 200여명이 죽는다. 그래, 나는 연세가 있으신 분은 반드시 기침, 가래, 고열이 있으면 폐렴으로 가기 쉬우며 폐렴으로 가면 치사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항상 주의 준다.
이제는 조금씩 일상의 자세와 위치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특히, 언론이 애를 써야 한다. 그래야 이 사회의 어려운 분들이 살아갈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경제공황이 사람을 얼마나 처참하게 만드는지를 경험했다. 경제적 불황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참으로 불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