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시민 유 성 무 지난 7월 4일 유네스코는 우리 익산의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지구가 포함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10년 전 국가식품클러스터 유치 이후 모처럼 익산의 미래를 밝혀주는 낭보가 아닐 수 없다. 먼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수 년 동안 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문화관광부, 전라북도, 충청남도, 익산시를 비롯한 공주시ㆍ부여군, 관련단체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익산의 백제문화유적지구에 대하여 <문화재보호법> 및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기대된다. 전라북도도 6,987억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홍보, 관광, 인프라, 보존관리 등 4개 분야 38개 세부 사업에 투자하는 한편 전북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하는 통합관광시스템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국가예산 확보와 지원정책 수립을 다짐하고 있어서 가시적 성과가 예상된다. 백제문화유적지구가 국가식품클러스터와 함께 향후 익산의 미래를 이끌 동력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앞으로 전라북도와 익산, 충청남도와 공주ㆍ부여 등은 협력하는 가운데 경쟁하면서 백제문화유적지구의 활성화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하여 직접적으로는 관광산업과 지역마케팅에, 간접적으로는 지역의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세계유산 등재의 과실을 향유하려면 기회만 볼 것이 아니다. 지역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보완함으로써 위험요소를 철저히 차단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 익산이 세계유산을 보유한 고도(古都)로서 자리매김 하는데 여러 과제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 중 백제를 비롯한 한국 고대사의 재해석을 통한 익산만의 역사적 경쟁력 확보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백제문화유적지구는 익산뿐만이 아니라 백제 수도였던 공주와 부여의 유적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지역들은 백제의 역사적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으며, 익산보다 훨씬 많은 역사유적을 보유하고 있다. 익산이 백제 역사에 제대로 등장하는 것은 백제 말기의 무왕 때다. 아직은 두 지역보다 백제의 역사적 기반이 빈약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백제문화유적지구로서 두 지역과 경쟁하려면 두 지역이 갖지 못하는 역사적 경쟁요소를 발굴해서 개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나는 이런 경쟁요소를 고조선-마한-고구려-백제-보덕국-후백제로 이어지는 한국 고대사의 역사적 맥락에서 찾았으면 한다. 익산은 고조선 기준왕이 남하해서 미륵산성을 쌓았고 마한의 중심지였다는 사료적 근거와 전설이 있다. 영토 수복 의지를 불태우던 무왕의 본거지였으며, 백제 부흥을 외친 후백제의 중심지역이기도 했다. 나가서 익산은 우리민족의 자랑스러운 발자취를 남긴 고구려와 연결되는 고리를 갖고 있다. 백제가 고구려의 후예라는 것을 차치하고, 고구려 멸망 후 나당연합군에 대항하면서 고구려 유민들이 부흥의 기치를 올렸던 보덕국(報德國)의 터전이 익산이었다. 이런 역사적 맥락을 보면 익산이야말로 남한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 고대사가 관통하는 지역이라고 하겠다. 중국 동쪽과 일본을 지배했다는 신비로운 해양국가 백제에 대하여 밝혀진 것은 너무도 적다. 이는 백제문화유적지구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세 지역 모두가 갖는 한계다. 하지만 익산은 공주 및 부여와 다르게 한국 고대사의 맥을 잇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익산이 백제문화유적지구의 지엽성을 넘어서 한국 고대사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익산만의 역사적 경쟁력이다. 익산의 역사에는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가 있다. ‘홍익인간(弘益人間) 재세이화 (在世理化) 광명개천(光明開天)’이라는 이념이 흐르고 있다. 대륙을 호령한 고구려의 진취적 기상과 망국의 부흥을 도모했던 충절이 배어 있다. 현세의 극락세계를 꿈꾼 미륵사상의 터전이었고, 무왕과 선화공주의 로맨스가 도도하게 이어지고 있다. 익산은 전 세계와 호흡할 수 있는 감성적 경쟁력을 갖고 있다. 아무리 세계유산이라고 하더라도 익산에 있는 절터와 궁터, 몇 점의 유물로 익산이 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까? 서두르지 말고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 국가와 전라북도와 함께 소통하면서, 어느 지역에서도 찾을 수 없는 역사적 강점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또한 인근 지역과의 시너지 창출도 고려해야 한다. 역사의 재해석을 통한 독창적인 경쟁력 확보는 소수의 힘만으로 단기간에 이룰 수 없다. 자칫 방향이 잘못될 경우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무산될 수 있음도 경계해야 한다. 소통을 통한 집단지성의 가동으로만 가능하다. 급할 것 없다. 이제 시작이다. 세계유산을 발판으로 소통의 도약대를 짚고 익산이 비약하는 시대의 시작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