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이 탈당과 신당창당 선언을 함으로써 처음으로 현직의원이 탈당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써 야당의 분열이 시작된 것 아니냐의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사실, 정세를 면밀히 보고 있었던 사람들은 이런 흐름이 당연한 수순이며 예상된 경로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야당의 분열이라 말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하는 이들도 많다. 찻잔속의 태풍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새정연의 혁신위안이 최종 발표되면서 분열의 양상이 구체화된 것만은 분명하다. 혁신위나 친노그룹이 일정정도의 분열을 각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위의 조국 교수는 안철수의 비판에 “절차를 따르기 싫으면 당을 떠나라”고 일갈하였으며 문재인 대표는 혁신위안 통과에 재신임을 묻겠다고 하기도 하였다. 결국, 일부가 될지 큰 폭의 분열이 될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떨어져 나가는 것을 각오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이 바르고 무엇이 그른지, 누구 주장이 타당한 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혁신위나 친노계를 비판하는 비주류측의 입장이 일정 정도 이해가 되면서도 그 대안이나 대책이 없기에 결국 자기 이익 챙기기로 보일 수밖에 없으며 친노그룹 역시 혁신위 자체를 친노에 가까운 사람으로 채우고 거기서 나온 혁신안을 다수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기에 뭐라 판단하기가 어렵다. 또한, 혁신위도 새정연 혁신이라는 임무를 맡고 조직되었지만 외부인사이기에 제도적 접근을 통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고 이것은 어찌됐든 누구에게는 이익을, 누구에게는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다.

사실, 혁신위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첫 단추가 잘못 맞추어지다 보니 이런 이상한 상황이 오게 된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대선에 패하고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가 들어선 것은 당연한 과정이다. 지기 힘든 선거에서 졌으니 친노그룹이 일정정도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그런데, 새정연의 다수는 친노이고 비주류는 소수이기에 엇박자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비주류는 중심세력으로 들어서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친노는 거기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서 버티다 보니 결국 김·안 체계가 무너지게 된 것이다. 특히, 안철수는 합당하는 과정에서 반(半)에 대한 권리를 약속받고 들어 왔을 텐데 이것이 물 건너가게 되는 꼴이 된 것이다.

문제는 더욱 꼬여갔는데, 4.24 보궐선거(비록 보궐선거였지만 문재인의 리더십과 영향력을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에서 대패하면서 문재인 체계에 대한 비판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선거에서 지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일반적이나 새정연은 그럴 수가 없었으니 뚜렷한 대안이 없었다는 것과 친노그룹이 절대 권력을 놓고 싶지 않아 했기에 혁신위라는 카드로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아마도 친노그룹은 과거 대선뿐만 아니라 4.24보궐선거의 패배원인을 비주류의 자기 기득권 챙기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안철수 입장에서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에게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고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반(半)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무산된 것에 대한 반발, 그리고 이대로 가다가는 대선후보로써의 이미지마저 없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처지에 있다고 보여 진다. 한편, 호남의 구민주당 세력은 여러 가지로 기득권 세력, 낡은 세력이라는 말은 들어왔지만 새정연이 버티는 힘은 역시 호남 때문인데 자신들이 비주류로 계속 머물고 나아가서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어야 함에 대한 반격일 수 있다. 결국, 이 판이 가닥 잡기가 어려운 것은 명분보다는 이익이 우선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익보다는 더 큰 것을 봐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런 판이었다. 그렇다면, 신당은 괜찮은가? 아니다. 신당 이야기가 나온 지는 꽤 되었지만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이 세력들 역시 기본적으로 ‘한국사회의 정치풍토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아니면 ‘호남의 민심의 방향은 무엇인가?’ 를 기본에 두고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새정연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 주축이 되다보니 큰 방향성과 정당정책에 대한 고민보다는 세력재편에 대한 관심이 더 높고 어디에 줄을 서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더 관심사항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에 관심 있는 사람은 역시 정치인이지 일반 국민이나 시민들은 아니다. 특히, 지방이나 지역은 이런 변화와 바람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저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커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변화추이를 잘 봐야 한다. 정신 못 차리는 정치권에 파열음을 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미 안철수 현상이 나올 때부터 국민들은 새로운 변화의 정치를 원했고 바라고 있다.(물론, 안철수는 여러 가지 판단착오로 이런 열망을 실현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고 잠재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문제는 이런 민심의 흐름을 정치권들이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어떤 특정 세력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사상과 노선의 변화를 원하는 것이다. 새정연이 문재인과 안철수가 만났으면서도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 세월호 정국에도 6.4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 이유, 4.24 보궐선거에서 완패한 이유를 정말 진지하게 찾아야 한다. 새누리당이 잘해서가 결코 아니다. 이미 보수지지층이 과반을 넘기 때문도 역시 아니다. 새정연의 사상과 노선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현상은 정치권의 중도적 흐름을 원하는 국민들의 바람이었다. 깨끗한 중도! 이것이 국민이 바라는 바이다.

그런데, 아직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