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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신으로 이 나라를 되살리자

익산시민 유 성 무

정말 짜증나는 12월이다.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면 민초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구석이 하나 없다. 경기는 한겨울 날씨보다 싸늘하고, 가계 빚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기업들도 힘들다고 난리다. 부익부 빈익빈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수저 계급론’까지 나올 정도로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되고 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다는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서 아우성이고, 그나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고용불안에 한숨짓는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고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을 보면 울화가 치민다. 가장 큰 책임을 가져야 하는 정권과 여당은 무엇 하나 책임지고 해결하는 모습이 없다. 그저 이 모든 게 국민과 야당 탓이다. 소위 말하는 콘크리트 지지층을 믿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야당도 국민들을 열받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19대 국회 이후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과 세월호 참사로부터 최근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노동 개악 등 숱한 사건에 대해, 견제는커녕 제대로 된 목소리마저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의석 5개의 정의당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120여 의석을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은 허구한 날 집안싸움만 하면서 여권에 끌려 다니다가 며칠 전 안철수의 탈당을 계기로 분열의 길로 가는 모양새다.

정치권이 국가와 나라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권을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이야말로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정권과 여당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 문제는 야당 그것도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다. 안철수의 탈당 이후 몇몇 의원이 탈당 선언을 했다. 그리고 여전히 반(反) 문재인 세력들이 당내에 남아서 문재인의 대표직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이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까지 운운하면서 국회를 압박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정권과 여당의 독주를 막고 국가의 ‘정상화’를 위해 투쟁해야 하는 판에 말이다.

아무리 그들의 밥그릇이 달린 총선을 4개월 앞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이렇게 추잡스런 반목과 분열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2년 동안 그들이 외쳤던 ‘혁신’의 결과가 분열이라니 정말 기가 찰 일이다.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지난 고 노무현 대통령을 팔면서 친노와 비노로 나뉘어 ‘개싸움판’을 벌인 것이 ‘혁신’의 유일한 결과인 꼴이다.

이 따위로 정치를 하니, 정권과 여당은 물론이고 국민들로부터 무시당하면서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것이다. 중도성향은 물론이고 진보성향의 유권자들마저 새정치민주연합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진보와 혁신하고는 거리가 먼 새정치민주연합이 진짜 진보진영의 세력 확장마저 힘들게 하고 있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몰아내고 있으니, 새정치민주연합이야말로 진보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됐다.

안철수가 탈당 이후 호남을 찾았다.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새누리당이 최대 180석까지 얻을 수 있다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변함없이 민주당을 지지해온 호남을 가장 믿을만한 지역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안철수는 물론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착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들이 말하는 ‘호남정신’은 과거 DJ를 열정적으로 지지해준 ‘호남정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호남정신’은 호남 출신 대통령 한 번 만들어서 정치적 소외에 대한 한풀이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호남인의 핏속에 도도히 흐르는 ‘불의에 대한 저항정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말이다.

동학농민혁명과 항일의병운동, 광주민주화항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호남정신은 억압과 불공평을 타파함으로써 모두가 사람답게 살만한 세상을 만들자는 인본주의다. 다만 호남이 DJ와 노무현을 지지한 이유는 유신과 군부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위해 온몸을 던져가며 싸운 그들을 중심으로 이 땅에 호남정신을 구현하려는 것이었지, 호남 기반의 정권창출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지역이기주의가 아니었다.

이제 곧 호남은 또 다시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내일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호남정신이 절실한 지금, 호남은 이번에도 ‘호남정신’에 따른 선택을 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든, 안철수 신당이든, 또 다른 정당이든 호남에 손을 벌리려면 제발 ‘호남정신’의 본질과 ‘호남정신’의 구현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하기를 바란다.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호남정신’을 팔아먹지 말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호남정신으로 나라를 다시 일으켜야 할 때다. 호남의 민심을 얻으려는 자, 호남정신을 자신의 영혼에 새기길 바란다. 호남정신은 소통과 화합으로 역사를 모두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불의에 맞서 분연히 떨쳐 일어나는 것이다. 총선을 앞둔 지금 정치권 특히 반목과 분열을 거듭하는 야권의 맹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