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희망연대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안철수의 생각』을 읽었다. 참으로 쉽게 읽혀졌고 글을 편안하게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읽히다 보니 중요한 내용인데 너무 빨리 읽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어 2-3번 다시 읽었다. 같이 독서모임 하는 분들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보다 쉽게 읽히던데……”하셨다. 그렇다. 글이란 원래 어렵게 쓴다고 좋은 글이 아니며 또한 공감이 많이 되니 쉽게 즐겁게 읽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쉽게 읽혔다는 이 공통점이 불안하다.

안철수의 고민과 국민적 바람은 매우 큰데 그 고민과 바람을 담아냈다는 내용물이 혹시 귀에 순한 말만 담은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에 대한 혐오감, 실망감이 크다. 그래서 정당정치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그래서 ‘안철수 현상’이라는 말까지 나온 것이 아닌가? 안철수 스스로도 말했듯이 국민적 열망이 자기(안철수)를 통해 투사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심 그가 우리나라 정치, 사회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이를 해결할 구체적인 로드맵과 전망을 내세우기를 바랬다. 설혹 아직은 정교하지 못하더라도 진지하게 자신만의 생각이 녹아있기를 바랬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우리나라 정치에 대한 근본 고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애절한 열망은 약했다. 대기업 불공정거래에 대한 자신의 경험이 묻어난 경제 분야를 제외하고는 민주당의 주장을 거의 답습하거나 주위의 진보전문가들의 주장을 수용한 수준이었다.

내가 이렇게 비판적으로 이야기 하면 많은 분들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본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 더 뭘 바래?”, “그럼, 누굴 찍겠다는 거예요?”, “찬물 끼얹는 말 하지마세요!” 정말 안철수의 인기를 실감한다. 나도 그 누구보다 안철수가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대선후보들 나열하고 “누구 찍을래?” 하면 나 역시도 도장은 그쪽으로 갈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염려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대통령되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노무현도 국민의 높은 기대로 출발했었고, 이명박조차도 타의 추종을 뛰어 넘는 인기로 출발했다. 그래서 걱정하는 것이다.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지!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대통령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회의 발전과 정치의 성장, 성숙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덜어진다.

대선후보라면, ‘내가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을 뛰어 넘어 이런 위기의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철학과 확실히 성공할 수 있다는 책임의식과 로드맵이 필요하다. 물론, 안철수가 우리들 몰래 이미 만들었을 수도 있다.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책만을 통해 파악했을 때는 누가 그를 도와주는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려하는지 정당정치의 개혁방안은 무엇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우리사회에 어떤 민주주의가 필요하며, 통합과 소통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 갈 것인지 구체적으로 나와야 하는데 없다. 어떤 분은 “그럼, 다른 대선후보들은 그런 것 말한 적 있냐?"하고 반문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문이다. 다른 후보들은 이미 여러 정당활동을 통해서 그 뜻이 드러났고 발표되었다. 새누리당, 통합민주당을 문제가 있더라도 버리지 않고 국민의 열망에 맞게 개혁해서 복지국가 세우겠다는 것이다.   

‘안철수현상’은 기존 정당에 기댈 것이 없다는 국민적 기대와 열망에서 시작되었기에 당연히 이에 대한 나름의 전망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정치를 개혁할 것인지 말이다. 노무현은 민주당내 개혁세력의 확대를 통해 정치개혁을 추구했다가 실패하자 뒤늦게 한나라당에 연정을 요구하는 촌극을 빚게 되었고, 이명박은 처음부터 여의도정치를 터부시하면서 멀리하다가 소통부재, 독불장군의 오명만 받았다.

서두가 묘하게 길어졌는데 사실 안철수를 비판하려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안철수현상을 보면서 우리가 준비하고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자고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한 두 사람에게 기대고 환상을 갖는다. “그가 해 주겠지”, “당선만 되면 다 되는 거 아냐?” 하는 식의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편향을 보인다. 활동을 많이 해 본 활동가조차 마찬가지이다.

안철수가 미처 채우지 못한 것을 채워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부터도 그렇고 나중에도 계속 향후 5-7년간은 이것을 채우기 위한 노력과 활동을 해야 한다. 나중에 안철수가 되든, 박근혜가 되든, 문재인이 되든 그 누가 되든 선진정치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연구와 노력, 운동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의 할 일은 미뤄두고 옆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시민운동을 하는 한 사람으로써 고민이 깊어진다. 

익산지역의 정치시스템은 어떻게 바뀌고 변화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허심탄회하게 만나서 논의해야 한다.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는 무엇이고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나눠야 한다. 이것이 ‘안철수현상’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