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도 봉사하는 사람” 장애인 주축 ‘사회봉사단’ 만들어

"다른 장애인들은 대부분 가족의 보호 아래 살지만 정신장애인들은 대부분 가족들에게도 소외를 받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사는게 제 행복이고, 가족으로 대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사회에서 생활하기에는 정신 장애로 어려움이 따르고, 병원에 입원치료하기에는 건강해 복귀시설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삼정원의 김영주(56) 부원장은 5년째 행복감에 젖어 있다.

사회복지를 시작한지 벌써 9년째. 정신장애인을 알게 된 지는 올해로 5년째다.

"정신장애인들은 참으로 순박합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첫 부임지여서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인들의 사회복귀율이 낮아 최대한 노력해서 이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헌신하고 싶다는 게 김영주 부원장의 꿈이자 희망이다.

◇ 가장 큰 자랑, 정신장애인 사회봉사단

사회복지인으로 살면서 가장 자랑하고 싶은 일로 김 부원장은 삼정원 사회봉사단을 꼽았다.

2009년 발대식을 기점으로 직원 30명과 장애인 50명으로 구성된 삼정원 사회봉사단은 4년째 꾸준히 매주 1회씩 환경가꾸기, 독거노인돕기, 지붕개량사업 등 사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부원장이 정신장애인들을 주축으로 한 사회봉사단을 창단하게 된 계기는 장애인들에게 자존감과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서였다. 국가로부터 수혜를 받는 것 만이 아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존재하도록 자리매김하고 싶었다.

"정신장애인 생활시설인 이곳은 그동안 지역사회 및 시설과 연계가 없이 단절된 곳이었습니다. 활동을 통해 이들의 건강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기를 원했습니다."

김 부원장은 장애인들이 국가로부터 수혜만 받다 보니 인과적으로 보면 결국은 빚이고 봉사함으로써 빚을 탕감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피동적으로만 생활하는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통해 능동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요즘은 오히려 정신장애인들이 봉사활동 언제 가느냐고 물을 정도가 됐다.

◇ '환경' 내 생활 속에서

김영주 부원장의 삼정원 운영 철학은 삶 속에서 실천하는 환경 사랑이다.

우선 삼정원에서는 음식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먹다 남은 잔반을 김 부원장은 물로 세척해 닭에게 준다. 또 김 부원장은 토종닭 병아리를 700원에 구입해 이들에게 잔반을 먹여 키운 뒤 1만원 상당의 가격에 판매해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식당에서 나온 채소 푸성귀나 껍질 등은 퇴비를 만들어 농장의 매실 나무에 주고 매실을 수확해 농축액을 만들고 있다.

김 부원장의 이러한 환경철학이 정신장애인들에게도 통해 이제는 정신장애인들 본인 스스로 분리수거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에 동참하고 있다. 원예반 생활인들은 쌍릉과 익산 토성을 잇는 둘레길을 코스모스길로 조성하고, 삼정원 주변 텃밭에는 생활인들의 자급과 교육을 위한 채소와 곡류 등이 자라고 있다.

◇ 자립심과 재활력 향상하는 자율배식

전국 60여개 어느 정신장애인 생활시설에서도 정신장애인 스스로 자율배식을 하는 곳이 없다.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의 생활시설은 이들에 대한 사회복귀가 목적이다. 자신 스스로 밥을 짓고 국을 끓여 먹어야 하는데 스스로 하지 못한다.

김 부원장은 정신장애인들의 자율배식을 강력히 주장했다. 하지만 직원들이 2년 동안 반대해 실천하지 못했다. 도저히 불가능하니 해서는 안된다는 게 직원들의 주장이었다. 좋은 반찬이 나오면 자기 호주머니에 먼저 집어넣고, 남의 밥을 뺏어먹는 이들까지 있었기 때문에 직원들의 주장도 설득력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불가능 주장도 김 부원장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밥 한가지에 대해서만 자율배식을 적용해 실천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식사시간이 20여분 이상 지체되기도 했고 직원들 점심시간이 줄어들어 불만도 이어졌다. 6개월 후 시간도 정상화 되고, 교사들이 밥을 흘리지 않도록 지도하다보니 적게 먹어야 하는 환자는 음식의 양을 스스로 조절도 할 줄 알게 되었다.

2단계로 반찬 자율배식도 시작했다. 역시 직원도, 식당 관계자들 모두가 반대했다. 그래서 우선 김치 1가지에 대해 자율배식을 실시했다.

모든 음식에 대해 자율배식을 실시하는데 2년이 걸렸다. 음식을 흘리기도 하고, 시간이 지연되기도 하고, 특정 반찬이 많이 소요되기도 했지만, 꾸준히 하다보니 지금은 오히려 잔반이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율배식이 완전히 정착됐다.

◇ 모든 실내, 안방처럼 맨발로 생활

삼정원에서는 그 누구도 실내화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 공동생활시설로 김 부원장은 내 가정처럼 꾸미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곳은 국비와 도, 시비 및 자부담을 들여 지열냉난방을 실시, 가족과 같은 쾌적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 부원장은 열악한 숙소를 허물고 새 건물을 지은 뒤, 외부의 모든 시멘트 바닥을 걷어냈다. 이곳을 전부 공원으로 조성해 정원으로 가득찼다.

◇ "마음병 치료하는 의사"로서 출가 교무

김 부원장은 현재 원불교 출가교무다.

전남 영광군 불갑면에서 출생한 김 부원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원불교 총부에 있는 집안 당숙이 의사가 되기를 원했던 그에게 "육신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도 좋지만, 마음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어보라"고 권유해 익산으로 향했다.

1975년 2월 25일 원불교 총부에서 간사(행자생활)로 시작해 1984년 결혼 후 1985년도에 출가교무가 됐다.

역전보화당 생활을 비롯해 중앙봉공회, 원로원 등을 거쳐 현재 삼정원에 5년째 근무하고 있다.

5년 동안 김 부원장은 이곳 정신장애인들의 마음에 가정에서 생활하는 행복을 심어주고자 노력했다.

또한 정신장애인의 특성 상 보호자의 역할이 힘들고, 1:1 자매결연도 힘들어 보호관리가 힘든 처지다. 그럼에도 김 부원장은 이들에게 부모로서, 형제로서, 아들로서의 역할을 다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에는 아름다운 공간을 조성하고 모범적인 공동체를 형성한 공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최우수복지시설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랑하며, 용서하며'

김영주 부원장의 인생 철학이다.

“사랑의 실천은 용서가 아니면 진정한 사랑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용서하면 거기서 사랑도 나오고 은혜도 나오고...., 그러다 보면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낙원세상이 오지 않겠습니까?”

정년 때까지는 어려운 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싶어 사회복지를 지원했고, 계속 사회복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게 김 부원장의 작은 바람이다.                       

오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