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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황만길 지역진흥원장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이 9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설명이 필요 없는 민주화와 평등의 상징이요, 국제사회가 존경하는 위대한 양심이었다. 불평등,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남아공에서 이의 철폐를 위해 투쟁하던 만델라는 내란혐의로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흑백차별을 정당화하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비폭력 평화투쟁을 전개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혹독한 고난과 옥살이였다. 그는 27년의 수감생활 기간에도 남아공에서 자행되는 인종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라와 불평등을 제거하기 위해 투쟁했다. 감옥에서 석방된 후에도 인종갈등과 불평등이라는 두 개의 모순을 끌어안고 비폭력 평화투쟁을 지속했다.
정치를 바꾸는 것이 인종차별 정책을 철폐하는 최선의 지름길임을 안 그는 프레레릭 데 클레르크 남아공 대통령과 함께 흑백갈등, 흑흑갈등 해소의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공동노력을 했다. 비폭력 평화투쟁 뿐 아니라 정치라는 강력한 현실의 무기를 통해 남아공의 모순을 해소하려 노력했던 것이다. 특히 국제사회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인종차별이 없는 건강한 나라를 위해 백인들을 투쟁의 대상이 아닌 협력과 동반자 관계로 인정해 성과를 낸 것은 커다란 족적이었다. 이 공로로 199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는「국민통합과 화해촉진법」을 제정하고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만들어 ‘망각하지 않는 용서’ 즉 과거의 아파르트헤이트와 같은 인종차별정책 등 온갖 불평등을 잊지는 않되 새로운 통합과 화해로 나아갈 것을 설파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또한 삶의 질과 경제향상, 주택문제 해소, 투자유치 등 남다른 노력을 병행했다. 그는 대통령 퇴임 후에도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불평등 해소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발언이나 행동을 보여주며 인류의 위대한 자산으로 기여했다.

우리가 알다시피 2000년대는 인류역사에 있어 야만적이고 극단적인 전쟁, 갈등, 이데올로기의 상흔으로 점철된 마지막 세기였다.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사건은 전쟁, 질병, 기아라고 할 수 있다. 전쟁은 인류가 선택한 최악의 참상이요, 어리석음의 결정체다. 질병과 기아는 인류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전쟁만큼이나 불행하고 참혹한 일이었다. 지난 세기는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이었던 전쟁, 기아, 질병을 겪으며 이를 해소하는 100년이었다. 기아와 질병의 문제가 상당부분 개선되고 해결되었는가 하면 무수한 전쟁을 겪으며 전쟁이 더 이상 인류의 선택이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로 인해 동서냉전이 해소되고 전쟁이 더 이상 인류가 선택해서는 안 되는 불의와 악이라는 인식의 합의에 도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21세기인 오늘 현재도 우리 앞에 여전히 위협으로 남아있는 요소는 전쟁이다. 전쟁은 갈등, 분열, 욕심이 원인으로 그 중독성은 여전히 인류를 지배하고 있다. 20세기에 전쟁의 종식이 있을 것 같았지만 미국이 일으킨 걸프전이야 말로 전쟁의 재연이었다.

대한민국도 남북분단 상황에서 전쟁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여전히 북한과 대결구도를 형성하고, 집권을 위해 종북몰이로 남북의 갈등과 분단을 영구화하고 있다. 평화보다는 갈등을 통해 집권을 영구화하는 종북몰이 작태가 대한민국을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통일이 우리에게 직면한 수많은 문제를 해소할 텐데 남북대결구도 강화로 민족과 나라의 장래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선택은 옳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선택한 민주화, 남북통일을 향한 여정은 만델라와 닮아있다. 흑백갈등과 남북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고난을 딛고 대통령이 된 점,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일,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일, 경제위기 해소를 위해 노력한 점, 노인성 폐감염증으로 사망한 점이 모두 유사하다. 하지만 만델라와 달리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유독 한국사회에서만 편협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역갈등해소 노력이나 민주주의의 완성, 남북갈등해소 노력도 넬슨만델라의 갈등해소와 평화를 위한 여정과 닮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남북갈등이 심화되고 종북 프레임에 갇혀 한치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불행한 일이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종북놀음은 끝내야 한다.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할 예산은 국방비로 소진하고 남북통일을 통해 번영과 평화의 시대로 가야함에도 분단고착화로 재미를 보고 있는 지배세력이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평화와 통합을 위해 일하다 타계한 만델라 대통령의 타계 소식에 대한민국의 오늘이 떠오르는 것은 나 뿐은 아닐 것이다. 명복을 빌며 절친했던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해결하려 했던 과제도 같이 가져가시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