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나는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어느 과학자의 신명나는 강의를 들었다. 그는 어느 과학모임의 리더였고 그가 설파하는 주장인즉, 모든 학문은 결국 언어학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강의를 듣고 마치 청중이라도 된 것처럼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다. 내가 항상 머릿속에 드는 생각중의 하나를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방송에서 오히려 우리의 아름다운 말과 글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참 가관일 때가 많다. 도무지 국어사전에도 없는 유행어를 신조어랍시고 만들어서는 방송에서 버젓이 사용을 하고 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신조어들의 의미를 방청객들도 다 알아듣는다는 사실이다. 그 의미를 인터넷을 겨우 검색해야 알 수 있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의 의미는 결국 이제 우리는 우리의 말과 글이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도 모르고 막무가내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TV에서 자막이 나오는 경우는 뉴스를 제외하곤 아주 드물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TV 프로그램에서 자막방송을 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긍정적인 시도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가끔은 눈에 띄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맞춤법이 틀려도 아무도 지적조차 하지 않는가 하면 심지어 공영방송의 심도 있는 방송 프로그램에서조차 맞춤법이 틀린 채로 자막을 내보내는 경우를 나는 본 적이 있다.
  나라가 발전을 하려면 외국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바로 나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조건이 있다. 외국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국어를 잘 해야 한다. 이것은 언어학자뿐만 아니라 교육현장에서 언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동의하는 주장이다. 학교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인즉, 요즘 학생들은 문제의 의미를 파악을 못해서 문제를 풀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아무리 영어를 가르친다고 한들 우리말을 제대로 풀어서 영어로 옮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의 소견으로는 올바른 모국어 교육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나의 학창시절에 국어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은 지금도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국어를 못하는 사람은 절대로 영어도 잘할 수 없다고 하신 그 말씀 덕분에 서양문물을 동경하던 나는 모국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어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모바일 시대가 된 지 많은 시간이 흐른 요즘에는 이젠 거의 말보다는 글로 소통하는 일이 훨씬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모국어 교육의 민낯이 드러나는 일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경험할 때가 참 많다. 바로 윗줄에 써놓은 내용조차 제대로 읽지 않고 되묻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문장의 전후 맥락이 전혀 맞지 않는 내용의 글을 상대방에게 메시지로 보내는 사람도 허다하다. 적어도 말이 아닌 글로 상대방과 소통을 할 때는 내가 보내는 글의 정보를 상대가 전혀 모른다 할지라도 문장만 읽고도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전달을 하는 것이 글로 소통하는 방식에 있어 기본적인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삼일절에 어떤 초등학교 사학년 남자 아이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을 하길래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유심히 그 아이를 지켜보았다. 그 나이에 벌써 한국사 검정능력시험에 합격을 할 만큼 우리 역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소년이었다. 아주 귀여운 외모에 말씨는 발음하나 틀리지 않고 또박또박 힘주어 말을 하는데 소년은 단군왕검에 대해서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겨우 열한 살 남자아이가 대학생쯤 되는 어른들이 쓰는 단어들이 입에서 술술 나왔다. 내가 이 소년을 눈여겨 본 첫 번째 이유였다. 그런데 나는 그 소년의 언어능력이 탁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가 하는 말을 듣고 나서야 무릎을 칠 만큼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는 그 또래의 아이들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역사의식을 지닌 소년이었다.
  한 사람이 어떤 의식을 품고 살아가는지는 그가 쓰는 언어를 보면 다 드러난다. 이런 아이들이 우리의 교실에 다섯 명만 있어준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이 지구를 대한민국이 경영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신나는 상상을 한 번이라도 해보고 싶다. 그래서, 결론을 내리자면 글의 첫머리에서 말한 어느 과학자의 말처럼 이 세상 모든 학문의 중심이 결국은 언어라는 것을 우리가 이제는 삶의 중심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 할 때라고 나는 힘주어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