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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아프리카

하인애

겨우 열서너 살 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녀들이 도끼를 들고 행군을 하다가 오아시스를 발견했다. 하루에 한 끼니조차 먹기 힘든 그들에게 버려진 그 웅덩이의 물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사는 곳의 편의점과 마트에 즐비한 생수의 맛을 훨씬 능가하고도 남는다. 당신은 어쩌다 안 먹던 음식만 먹어도 몸에 탈이 나지만 그들은 당신이 키우는 개한테도 주지 않는 물을 마셔도 끄떡없다. 잘 사는 나라의 아이들이라면 한참 어리광을 부릴 나이에 어쩌다 맏이로 태어난 죄로 집안의 가장이 된 그들은 배고픔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어린 자식들을 두고 먼저 떠난 부모를 대신해 걸어서 십리도 넘는 길을 나무를 베러 가야만 한다. 그들이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곤 겨우 먼 거리에 있는 나무를 베어서 시장에 내다 파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겨우 초등학교 저학년 나이에 가장이 되어버린 한 소녀는 한 구호단체의 취재진에게 동전 몇 개를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일을 해서 번 돈이라며 이 돈을 모아서 동생을 학교에 보내주고 싶다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고개를 떨구었다. 그 돈은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겨우 삼백 원 밖에 되지 않는 적은 액수였다. 갑자기 심장이 멎어오는 듯이 가슴이 조여 오는 증상을 느낀 것은 이 장면을 TV에서 보았을 때였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책꽂이에 꽂아두었던 한 권의 책을 삽시간 만에 읽어버렸다. 그리고 그 책은 내 삶의 방향을 더 굳건하게 지지해주는 지침서가 되었다. 아프리카의 식량부족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저 검은 대륙의 슬픈 눈동자를 한 채 죽어가는 생명들은 과연 정말로 식량이 부족해서 굶어 죽어가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들의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들 또한 함께 굶어 죽어가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지원금을 아프리카로 보낸다. 그런데 아무리 지원금을 보내도 여전히 가난한 이들의 삶은 변함이 없다.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아프리카는 결코 가난해서 굶어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나라를 통치하는 세력들 간에 정치적인 이권다툼과 그들을 비호하는 강대국들의 보이지 않는 파렴치한 거대한 손이 작용을 한 결과였던 것이다. 겉으로는 전 세계를 먹여 살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강대국들은 구호의 손길을 보내고 있지만 그 손에 흐르는 피에는 사람의 온기는 전혀 없었다. 아주 교활하고 아주 이기적인 맹수의 사나운 혈액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프리카의 지도를 보면 유난히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국경이 직선으로 분할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열강들이 식민통치를 하게 되면서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마치 자로 칸을 나누듯이 영토분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프리카의 식량부족 문제의 발단에는 그 시원부터 강대국들의 횡포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류의 식량부족의 문제는 비단 아프리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라틴 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의 저개발 국가들과 우리의 동포인 북한도 역시나 포함이 된다. 그리고 심지어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와 농업생산이 100조원을 돌파하는 세계 최대의 농업국으로 불리는 브라질에서조차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우리는 TV를 켤 때마다 수없이 방영되는 구호단체의 광고방송을 보면서 기아에 방치된 아프리카의 실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보게 되는 일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그런 장면이 화면에 나온다한들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잘 사는 나라에서는 포장도 뜯지 않고 음식이 버려질 때 굶주림에 허덕이는 나라에서는 그 버려지는 음식마저도 소중한 식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면 어쩜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식량문제의 해법은 아프리카와 저개발 국가들의 정치적인 문제와 그들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해결되지 않는 한은 앞으로도 영원히 구호단체의 손길만을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전 세계인이 먹고 살고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다. 그 식량을 전 인류에 골고루 분배를 가능케 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 이쯤에서 나는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성토하고 싶다. 아프리카와 강대국들이 변하기를 바라기 이전에 우리들 자신이 먼저 변해야 한다. 나 한 사람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며 살 것인가 아니면 이 지구에 사는 인류의 삶을 보다 나은 모습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삶을 살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이다. 인간의식의 진보가 없이는 그 어떤 제도와 장치가 주어진다 해도 그것들은 결국 정글 자본주의의 먹이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