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궁면장

채수훈

왕궁면은 익산시의 역사·문화의 중심지이자 고대문명의 발상지이다. 왕궁은 고대부터 세 차례나 수도가 있었다고 전해져 오는 이천년의 고도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왕궁리 유적은 우리나라 4대 고도 중 유일하게 궁터가 온전히 남아있는 곳이다. 왕궁면 왕궁리 탑리마을에 있다. 또한 산과 평야가 조화를 이루고, 완만한 지형과 기후 조건 때문에 사람이 살기 좋은 천혜의 땅이다.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왕궁’이란 면의 행정 명칭은 1914년 행정 개편 때 우북면과 제석면이 통합하면서 명명되었다.

이처럼 유서 깊은 고장에서 유구한 역사·문화 뿌리를 찾고 면민의 애향심 고취와 후손에게 올바른 정신문화를 물려주고자 왕궁면지편찬위원회(공동위원장 류형규?이용선?채수훈)에서는 왕궁면행정복지센터와 민관협력사업으로 2021년 9월 2일에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편찬 작업에 착수하였다. 『왕궁면지』는 조선 영조 때 남태보가 편찬한 『금마지』, 익산군의 『익산군지』, 익산시의 『익산시사』를 근간으로 삼았다.

『왕궁면지』 편찬 사업은 1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마을 조사, 자료수집, 후원, 집필 및 발간에 이르기까지 면민, 단체 및 출향인들이 애향심으로 똘똘 뭉쳐서 내 일처럼 참여해주었다. 여기에는 조상들의 정신과 전통문화를 계승하고자 하는 면민들의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라질 위기에 있거나 묻혀있는 옛이야기를 조사·발굴하여 소중히 지키고자 기록하였다. 왕궁의 미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할 보물창고이다. 이면지는 한마디로 그 자체로 찬란했던 역사·문화의 계승, 발전 그리고 향토사를 정립한 위대한 왕궁기록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뼈대 있는 문중에 족보가 있듯이 유서 깊은 고장에는 면지가 있다.

『왕궁면지』의 목차를 살펴보면 화보와 서문을 비롯한 총8편의 자연환경과 인문지리, 역사, 문화유산, 성씨와 인물, 마을, 행정과 기관?단체, 미래로 구성돼 있고 부록에는 추진계획, 추진경과, 후원자와 후원기관 등을 888쪽에 체계적으로 수록한 방대한 분량이다. 특히 마을 편에는 면민들의 성명, 사진, 구슬이 포함되어 있어서 면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왕궁면지』는 전면 컬러판이고 1,100부가 제작되었으며 후원자에게 무료배부와 공공기관에 증정할 계획이다. 전자도서로 등록 후에는 익산시?왕궁면 홈페이지를 통하여 우리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유산 고장답게 세계인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별책 부록으로 『왕궁면 마을유래집』도 발간하여 마을의 뿌리와 역사를 세세히 찾도록 1,000부를 제작하였다.   

『왕궁면지』 편찬사업비는 총1억 3천 3백만원인데 이 중 57개 마을 4,100여명의 면민, 출향인, 단체 등에서 순수 후원금이 9천 9백만원이 답지하였고, 익산시 보조금이 2천만원, 공모사업비가 1천 4백만원이 되겠다. 순수한 면민의 뜻과 정성이 모아진 왕궁면이 생긴 이래 108년만의 큰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왕궁면지』 발간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익산시 역사 이래 29개 읍·면·동 중에서 최초로 발간한 면지이다. 둘째, 왕궁면행정복지센터와 왕궁면지편찬위원회가 민·관 협력으로 발간하였다. 셋째, 면지 발간은 면민이 주체가 되었다. 넷째, 과거·현재는 물론 미래지향을 위한 실용성을 추구하였다. 다섯째, 발간비는 면민·단체·출향인의 자발적인 후원금이 밑받침되었다. 여섯째 면지발간기념회를 통하여 면민 단합과 화합을 도모했다. 일곱째, 고도 익산의 문화적 품격과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삼국사기』에 백제 궁궐을 표현한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처럼 『왕궁면지』도 그 모습을 닮아가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이 작업을 하며 느낀 것은 왕궁을 잘 아는 사람도 왕궁을 잘 모르는 사람도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왕궁은 신비스럽기도 하고, 그 역사·문화의 깊이를 단순히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지난 9월 27일에 ‘왕궁면지 발간 기념행사’에 면민과 초청인사 230명이 참석한 가운데 면민 열린음악회, 마을 사진전시회, 기념식 및 면지 배부를 통하여 면민들의 화합을 결속시키는 것은 물론 역사·문화의 품격향상과 긍지와 자부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이 바탕 위에 앞으로 왕궁인들이 온고지신하여 새 길을 창조하는 고장이 되길 소망한다. 또한 익산시 29개 읍·면·동 중 최초로 발간된 면지가 앞으로 향토사 연구에 선구 역할을 하여 다른 지역에 본보기가 되었으면 한다.

왕궁을 왕궁답게, 왕궁을 면민 품 안으로
왕궁의 새 역사, 여기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