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필 희망연대 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요즘 희망연대에서는 가을을 맞아 공동체시민아카데미를 하고 있다. 벌써 10회째로서 평소에 우리가 모시고 싶은 좋은 강사들을 초청하여 자신과 이웃,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갖는 강연회이다. 올 해는 정호승 시인, 안면기형장애를 극복한 힐링강사 김희아, 소설가 김훈, 놀이운동가 편해문, 다산연구의 대가 박석무 선생님들을 모시고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 10월 19일에 있었던 소설가 김훈 선생님의 강연이 기억에 깊게 남아 몇  자 적어 볼까 한다. 김훈 선생님은 『칼의 노래』, 『남한산성』, 『현의 노래』 등을 지으신 유명한 작가이다.

어떤 대학생이 글 쓰는데 도움이 될 말씀을 해 달라는 질문을 드렸는데 그 답이 묘했다.

“과학 공부를 통한 기본원리를 담기 위해 노력해라.”

그 설명이 재미있다. 작가는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법전을 꼽았고 평상시 서점에 가면 항해사 기출문제나 소방관 문제, 비행기 조종사 문제집 등을 즐겨본다고 한다. 그 속에 인간의 삶이 구체적으로 들어 있어서…….

“과학적이고 명확해요. 항해사 기출문제를 보면 험한 파도를 맞아 배가 가는 방법에 관한 문제 등이 나오는데 너무도 과학적이고 현실적이며 우리의 이야기에요. 험난한 밤바다에서 파도가 치면 파도의 앞면에 직각으로 돌진해서 파도를 넘어가야 해요. 두려워서 옆으로 돌리면 오히려 배가 전복될 수 있죠.”

실제로 김훈선생님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위와 유사한 말을 한 기사가 있었다.

“나는 젊은이들이 구체성을 묻는 질문을 배우기를 바라요. 말하자면, 자기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과학적으로 들여다보는 안목을 갖기를 바라요. 사이언스를 알아야 된다 그거예요. 사이언스. 우리 젊은이들은, 나도 그렇지만 이 세상을 과학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이 너무나 모자라요. 교육이 그렇게 돼 있어요. 이 세상을 항상 정서적으로 인식하거나 심미적으로 인식하죠. 아니면 이념적으로 인식해버려요. 어떤 현상을 보면, ‘이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왜 이런가’, ‘이것과 저것과의 관계는 어떤가’를 질문하지 않고, ‘이것은 내 마음에 드나 안 드나’, ‘이것은 내가 보기에 아름다운가 추한가’, ‘이것은 나한테 이로운가 해로운가’, ‘이것은 나한테 이로운가, 저놈한테 이로운가’, ‘이것은 내 적한테 이로운가, 내 적의 적한테 이로운가’를 생각하죠. 인간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저 인간은 내 편인가 아닌가’를 생각하잖아요. ‘저 사람은 내 편은 아닌 것 같은데, 내 적의 적인 거 같으니까 내 편이 될 수도 있겠다.’ 이따위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이 세상을 이해할 길이 없어요.”

요즘 정국이 정말 시끄럽다. 국정원 선거개입 댓글 사건, 국방부 사이버 선거개입 댓글 사건, 검찰 항명 외압사건,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사건, 진영 복지부장관 사퇴문제, 기초연금 문제, NLL녹취록 기록 사건…… 등등 그런데 이런 소란이 무엇 때문애 생기는 것인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과학적으로 현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유불리를 따져서 바라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흔히 말하는 당리당략적, 진영논리가 너무도 판치는 것이다. 그렇게 접근하기 시작하면 본질이 가려지고 현상만 남게 되고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려 예기치 않은 모습으로 변질돼 버린다. 결국, 그 피해는 우리 자신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하나씩 하나씩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꼬이고 엉키게 된다. 놀랍게도 이런 이야기가 『논어』에도 나온다.

顔淵問仁 子曰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由己 而由人乎哉 顔淵曰請問其目 
子曰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안연편)

안연이 어짊에 대해 묻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신을 이겨내고 예를 되찾는 것이 어짊을 도모하는 것이다. 어느 하루 자신을 이겨내고 예를 되찾는다면 천하가 어짊에 돌아올 것이다. 어짊을 행함이 자기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남에게서 비롯되겠는가?"

안연이 말했다.

"그 세목을 묻고자 합니다. '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아라."

여기서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마라’는 것이 바로 과학적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라는 말이다. 다른 어떤 특별한 가치나 이념, 감정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되고 지켜야 할 일상적 규범인 예에 따라서 모든 문제를 대하면 바로 인하게 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물론,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극기(克己)의 문제이다.

흔들리는 나 자신을 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