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진흥원장

익산에 사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익산이란 도시의 내면을 들여다 볼 때마다 답답하고 안타까울 때가 많다. 50만 도시는 슬로건만 남아있고, 인구감소가 끝없는가 하면, 지역경제가 어려워 중소상인들의 하소연도 늘어만 가고 있다. 좋은 일자리가 없다보니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익산시의 부패는 오히려 심해졌고 재정 상태는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정치권은 익산이 처한 심각한 현실을 타개하는데 힘이 부치는 것 같다. 시민들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쁜 모습이다.

이런 현실을 덮기 위한 방법은 막대한 홍보비를 사용해 시민들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잘 되고 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오늘날 익산시가 하고 있는 모습이다. 부실공사가 끝나고 나면 건축업자는 돈을 벌겠지만 입주자나 세입자는 하자보수로 날을 새는 형국과 다를 바 없다. 누가 익산시를 책임질지 모르겠으나 향후 오랜 기간 익산을 책임지는 정치인들은 하자보수와 뒤치닥거리로 할 일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익산의 현실인데 원광대학교와 원불교 총부 수도권 이전 설이 나돌고 있다. 원불교 총부 이전 설은 원불교 측으로서도 꼭 필요한 일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아이디어 차원이거나 와전, 또는 해프닝이라고 이해된다. 다시 말해 꼭 그럴 필요도 없고 절실한 일도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원광대학교의 수도권 이전 설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수도권 소재 대학과 지방 거점 국립대학을 제외하고 많은 대학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지방대학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자원 자체가 부족한데다 정부는 대학 평가를 통해 구조조정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 소재 사립대학이라는 한계를 벗기 위해 수도권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허황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사실 일부 대학에서도 수도권과 가까운 곳에 분교를 설립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본교 이전을 포함해 어떤 식으로든지 이전 계획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익산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재정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에 수도권 이전 검토에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본다.

이래저래 익산의 앞날이 걱정이다. 하지만 원불교계와 원광대학교가 생각해 볼 일이 있다. 원광대학교는 익산에 많은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많은 학생들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었고, 인재를 배출해 지역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했으며, 다양한 일자리도 창출하는 등 익산시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원불교와 원광대학교의 발전에 익산시와 익산시민의 도움도 적지 않았다. 많은 시민들이 자녀들을 지역대학인 원광대학교에 보냈고 이런 결과가 축적되어 오늘날의 원광대학교로 성장하게 되었던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원광대학교가 필요한 일이라면 행정적, 재정적 지원도 마다하지 않았다. 도시계획을 변경해 주고, 주차장을 설치해 주고, 로스쿨을 유치하도록 모든 시민들이 전폭적인 성원을 보내는 등 원광대학교 발전을 위해 오랜 기간 익산시와 시민들이 기여한 공로도 지대하다.

이렇게 보면 익산과 원광대학교는 서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이제 와서 수도권에 해당되는 평택으로 이전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의리나 명분 보다 실리를 택하겠다는 것인데 바꿔 말하면 익산에서는 더 이상 별 볼 일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일부 단과대를 수도권에 먼저 설치한다는 계획도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원광대학교의 이전 설은 평택에 단과대를 먼저 설립하는 일 자체가 익산을 떠나는 것으로 귀결될 수 있다. 따라서 원광대학교의 수도권 이전 설이나 평택에 단과대 우선 설립 등의 계획이 있다면 이는 원광대학교의 이전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계획이 있다면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최근 들어 원불교계와 원광대학교가 익산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일이 많다. 국제마음수련원 건도 그렇고 내부 이견 표출도 그렇다. 그런데 또다시 원광대학교 이전 설이 불거진 것은 성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그런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오늘날 성장지상주의가 가져온 폐해는 한국사회 곳곳에 음영으로 드리워 있다. 종교 법인에 소속된 대학까지 성장 제일주의에 경사된다면 그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오늘날 기독교계가 성장제일주의에 빠져 있다. 교인 수 감소라는 현실과 마주한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이래저래 익산시가 어려운데 더 이상 원광대학교의 이전 설은 없던 일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