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길 지역진흥원장

대한민국의 오늘이 부끄럽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한 일이라고는 과거지향의 정치와 국가경영이었다. 거기에는 국민의 목소리나 시대정신, 사회적 담론이 자리할 수 없었고 피땀 흘려 이룩한 정치, 사회, 경제의 민주화는 전두환 시대로 역주행이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80년대의 토목경제로 퇴행했고 정치는 극우 세력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편향, 부도덕, 부패의 모습으로 표출되었다. 민의는 왜곡되고 지역감정은 오히려 심화되었다. 언론은 정권의 나팔수가 되었고 도저히 방송이라고 볼 수 없는 종편은 편향된 목소리만 쏟아냈다. 아니면 말고와 결과적으로 분단을 영구화하는 반북반공이데올로기 전파에 날 새는 줄 몰랐다.

이명박 정부 5년의 모습이 이런 형국이었는데 박근혜 정권은 출범부터 박정희 유신시대로 회귀하고 말았다. 역대 가장 많은 기록물을 남긴 노무현대통령을 사초실종이라며 공격하는 형국도 그렇다. 대통령 기록물이야말로 후세에 물려 줄 유산이라며 위대한 기록물을 남겼고 자존을 지키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통일국가 실현을 꿈꾼 대통령을 NLL논란으로 부관참시했다.

뿐만 아니라 현역 국회의원이 여럿 있는 통합진보당을 종북세력으로 몰아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해산심판 청구를 했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힐 뿐이다. 나는 통합진보당의 정당운영 방식이나 현실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시대정신에 있어 견해를 달리하고 방법론에 있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추구하는 지향에 동의한다. 또한 북한과 연계지어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한 박근혜 정권의 행위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정치사에 치욕스런 역사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오늘날 현대 민주주의 정당사에서 독재국가가 아닌 이상 현역 국회의원이 여러 명 있는 정당을 정부가 나서 해산하겠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한심할 따름이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정당해산 심판청구 요지에서 통합진보당의 강령과 정당 목적이 위헌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사태나 국정원 수사에서 보여준 황교안 장관의 입장과 태도는 국민적 지탄을 받았지만 통합진보당이 위헌정당이라는 요지의 발표는 세계사에 오명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통합진보당 강령이 북한의 주장과 동일한 내용이 있고 강령의 방향이 자유 민주주의 질서를 부정하는 한편, 그 동안 통합진보당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정치활동을 해 온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고 전복을 꾀하는 세력이라는 요지인데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는 왜곡과 편향의 극치라고 하겠다.

통합진보당 일부 당원의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고 정당 운영방법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법리적, 논리적으로 통합진보당을 해산할 근거도 부족한데 억지로 북한과 연결 짓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 통합진보당이 사용한 진보적 민주주의란 용어는 김일성 주석이 주장한 북한의 건국이념이기 때문에 위헌이란다. 이런 식이면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 존재하는 정당은 해산되어야 마땅하다. 세계 각국의 모든 정당은 진보와 민주주의 가치를 강령에 담고 있다. 남북이 한 민족이고 같은 문자와 말을 사용하는데 단어의 조합이 유사하다고 정당을 해산하려 한다면 웃음거리가 될 일이다. 형식적 민주주의가 갖는 한계 즉 오늘날 대한민국과 같이 극우보수정당이 갖고 있는 기득권 위주의 편향된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개념인 것이다.

민중주권주의란 용어도 위헌이라는 요지인데 이 또한 한심한 해석이다. “일하는 사람이 주인되는 자주적 민주정부”와 “민중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생활 전반의 진정한 주인”이란 표현이 “모든 국민이 주권을 가진다는 국민주권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황교안 장관은 펴고 있다. 모든 국민이 성실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고 민중이 주인된다는 것은 백성의 또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더구나 통합진보당 강령 전문해설에 특정계급의 이익만 배타적으로 대변하는 편협한 계급정당이 아니라고 분명히 못을 박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왔다는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다. 그런 식의 해석이면 북한에 다녀온 모든 사람들의 행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2013년의 시대정신으로 보면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청구라는 정부의 결정은 왕조시대에나 가능한 일이다. 박근혜 정권은 세계사에 길이 남을 판단착오를 한 것이 아닌가 한다. 통합진보당이 문제가 있다면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해 문을 닫을 것이다. 정당은 그런 것이다.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청구는 하루빨리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