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필성/칼럼니스트

지방정치가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시장·군수·구청장의 정당에서의 공천제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는 강력한 의견이 모아진 결의문이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의 이름으로 집약됐다.

그동안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이 제도는 국민의 열망에 따라 실행되어 왔지만, 실제로 실행해 본 결과 여러 가지로 문제점이 드러나 결국 이 제도는 폐지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이 난 것이다.

지방자치의 진정한 주인은 ‘주민’이며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 제도를 폐지하는게 좋겠다는 뜻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올바르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중앙정치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옳은 말이고 맞는 말이라고 본다.

시장이나 군수가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다가는 제대로 된 행정을  실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군수는 애초에 새운 목적지표를 소신 있게 밀고 나가야 하는데 거기에 난데없이 제3자가 나서 이러쿵저러쿵 엉뚱한 방향이 제시된다면 그 시장·군수는 거절할 수도 없고 벌써 올바른 방향타를 잃게 된다.

이런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은 소속된 정당이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의 뜻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은 일선에서 지휘하고 있는 시장·군수일 거다.

그런데 제3자의 개입으로 그 목표가 엉뚱하게 빗나가게 된다면 벌써 그 행정은 멍이 들게 될 것이다.

시장·군수가 주민의 뜻에 따라 지방행정을 펼쳐야 함에도 공천권을 쥐고 있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게 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공천에 따른 비리와 부정부패로 지방정치의 근간을 훼손하게 된다.

그것은 이미 알려진 이 제도의 후유증으로 일부시장 군수의 비리가 터져나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 ‘주민’에게 결정권을 돌려주고 ‘지역의 참신한 인재’를 찾아내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최근 정치권에서 발표한 정치개혁 차원의 기초단체장 정당공천페지 검토에 대한 환영의 뜻을 표명했고, 국회는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제를 즉시 폐지하여 ’선진지방자치‘를 정착시켜 나가는데 적극 동참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정당을 위한 제도’를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강력한 결의가 배어있다. 이들의 이 같은 결의는 하루빨리 지체 없이 채택돼야 한다.

요즘 정치권은 여야가 공천문제를 둘러싸고 요동치고 있지만, 쉬운 일부터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우선 시장·군수는 무거운 마음을 털털 털어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마음껏 소신 있는 행정을 집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눈치’를 보는 행정에서 벗어나야하는 일화를 하나 여기 소개한다.

박정희대통령 때 어느 기관장이 미국에 유학하고 있는 외아들의 결혼식 날이 다가왔지만 몹시 고민만하고 있었을 때였다.

신부되는 집안은 전통적으로 박대통령에 반대하는 처지에 있는 집안이었다.

이와 같은 사실을 보고받아 알고 있던 박대통령은 그 기관장을 불렀다.

아들의 결혼을 축하하고 그들의 결혼에 젊은이들이 무슨 죄가 있으냐며 결혼식 참석을 허락한 것이다.

이후 기관장은 무거운 마음을 날려버리고 미국까지 달려가 결혼식에 참석했다는 일화가 알려졌다.

이 같은 일은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정당정치의 공천권과도 관련이 있는 일이다. 시장·군수를 사슬에서 풀어주어야 한다.

마치 화창한 봄날의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니게 하자.

시장·군수들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대다수 국민들의 뜻이라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그 뜻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총선에 모든 신경이 쏠려 있지만 민초들의 한결같은 바램이 이뤄지길 바란다.

국회의원에 입후보하는 이들은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