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은 우수와 춘분 사이에 있는 세 번째 절기인 경칩이었다. 이때가 되면 찬바람 속에서도 은근한 봄의 느낌을 감지할 수 있는데 대동강의 얼음이 녹기 시작하고 개구리가 놀라 동면에서 깨어나는 시기이니 산천의 초목들도 물을 머금고 새로운 계절을 준비한다.

경칩(驚蟄)의 경자는 파자해 풀어보면 말(馬)이 화들짝 놀란다는 뜻이며, 칩(蟄)자는 벌레가 기어나온다는 말이다. 봄이 되면 겨울에 보이지 않던 벌레들이 구멍 같은 데에서 기어 나오니 말이 놀란다는 표현이 멋지다.

봄은 바람결에 얼었던 물가에서부터 시작되게 마련이다. 얼음이 녹고 강변의 버들강아지가 토실토실 물이 오를 즈음이면 개구리들이 겨울잠을 끝내고 밖으로 나와 움직이기 시작하며 물을 찾아 알을 낳는다.

우리 풍습에 경칩이 연인들의 날이었다. 물론 지금이야 3월 14일 화이트데이가 있어 사탕으로 사랑을 표현하지만, 조상님들은 은행의 열매를 서로 입에 넣어주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었다. 은행나무는 암수 구별이 있어 서로 마주보고 있어야 열매가 열린다. 가까이 접촉하지 않고 그저 마주 보고만 있어도 오고 가고 결실을 맺으니 순결한 사랑의 상징이 되었던 것이다.

또 이때가 되면 고로쇠나무나 단풍나무 같이 수관이 발달한 나무에 상처를 내 수액을 받아먹는 것도 지금까지 전해지는 풍습이다.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하여 벽을 바르거나 흙담을 손질하는 등 일년 농사의 준비로 함께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