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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보고 있다

김정필/희망연대대표, 제일한의원 원장

4.11총선이 끝났다. 예상을 깨고 여당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야당지지인 우리 고장의 입장에서는 안타깝다. 그러나 곰곰이 2달 정도의 총선과정을 돌이켜보면 패배의 원인은 승리의 조건들을 숱한 자살골로 망쳐버린 야당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잠깐의 과정이지만 잘못은 잘못으로 덕(德)은 덕(德)으로 가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을 배운다.

이런 사필귀정은 우리 고장 익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익산갑에서는 민주통합당의 이춘석 의원이 78%을 얻어 재선에 성공하였고 익산을에서는 마찬가지로 민주통합당인 전정희 후보가 39.5%을 얻어 처음으로 당선되었다.

이춘석 의원의 당선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바이다. 지난 4년의 의정활동에 대해 시민들이 큰 문제없이 성실하게 잘했다고 호평해주었기에 치열하거라 예상했던 한병도 전(前)의원과의 경선에서도 쉽게 승리했고 본선에서도 시민의 높은 지지로 국회에 입성한 것이다. 이미 민심을 얻고 있었다.

한편, 익산을의 전정희 후보의 승리는 민심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그대로 보여준 한편의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을 펼친 조배숙의원은 현직이었을 뿐만 아니라 민주통합당의 최고위원으로 3선의 익산의 가장 큰 정치인이라 할 수 있다. 그의 관록과 정치력, 조직력은 당연 익산에서 최고였다. 그러나 그는 재선을 거쳐 3선을 하면서 민심으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끊임없이 잡음이 일어났고 밑에 있는 도의원, 시의원들이 농협조합장이나 총학생회장선거에 나가는 이상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선거전에 치러진 어느 ○○신문사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는 그대로 드러났는데 현역의원 교체에 대한 여론이 80%넘게 형성된 곳이 '익산을'이었다. 익산의 정치를 건전하고 시민을 위한 정치로 만들어가야 할 가장 책임있는 민주통합당의 수장격인 그는 오히려 익산정치를 후퇴시켰다. 그 결과가 이번 선거결과이다. 경선과정에서 전정희후보와 큰 차이가 없어 경선까지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나왔지만 민심은 천심이었다.

나는 ‘그가 처음부터 민심으로부터 멀어져 있었나’하고 생각해 보곤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나 역시 그를 찍곤 했으니까. 정치는 민심을 얻는 과정이어야 한다.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 과정이 아니라 민심을 얻는 과정이다. 재선, 3선하면서 점점 초심을 잃어버렸다. 무엇보다도 좋은 사람을 주위에 두지 못했다. 자기를 따르는 사람을 주위에 두기 보다는 진정으로 바른 정치,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할 사람을 주위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이미 끝난 판에 내가 이런 말을 굳이 꺼내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전정희 후보가 조배숙 현직의원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이번에 당선되었지만 조의원과 같은 경로를 충분히 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춘석 의원 역시도 지지만을 생각하여 바른 사람이 아닌 따르는 자를 쓴다면 충분히 역사는 반복될 수 있을 것이다.

선거전에 전정희 당선자를 우연한 기회에 만난 적이 있었다. 선거를 준비한다는 말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몇 가지 조언을 준 것이 기억난다. 첫째, 선거법에 저촉되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당선되더라도 선거법을 무시하면 이후에 더 큰 재앙이 온다. 아예 정치은퇴를 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반드시 좋은 사람을 써야 한다. 표를 얻어줄 사람이 아니라 바르게 정치할 사람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지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선거법 위반에 대한 조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될 것 같다. 진위는 모른다. 시민단체를 하는 사람으로서 지켜볼 것이다.

민심은 큰 걸 바라지 않는다. 자신의 당선이나 세력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시민과 국민을 위한 정치를 바라는 것이다. 안철수가 뜨는 이유이다. 어떤 이는 당선이 되지 않으면 그런 기회조차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요즘의 정치는 당선됐다고 끝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잘못하면 정치를 영원히 못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바르게 해야 지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민심은 그것을 항상 보고 있다.

선거가 끝났으니 당선자들에게는 축하를, 고배를 마신분들에게는 위로를 주어야 하는데 시작부터 쓴소리로 시작해서 쓴소리로 끝났다.

그럼에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제 끝났다가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라는 말을 하고 싶고 초심이라는 말을 던지고 싶은 것이다. 재선한 사람은 초선처럼, 초선한 사람은 정치에 첫 뜻을 낸 때처럼, 고배를 마신 사람은 초심으로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

“처음처럼”